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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도 즐겁게…웃음 배달하고 싶었죠”

롯데 황성빈, ‘배달기사’ 퍼포먼스 선보인 이유

롯데 황성빈이 지난 6일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3회말 1루에 나가 ‘도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 황성빈이 지난 6일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3회말 1루에 나가 ‘도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 못할 때 별명·논란됐던 도발 동작, 재밌게 풀어낼 기회였던 올스타
박세웅 애드리브 깜짝 놀라…‘화려한 춤’ 지환이에게 베스트퍼포상 뺏길까 걱정도

롯데 황성빈(27)은 지난 5일 열린 올스타전에서 팬들에게 가장 큰 웃음을 안긴 선수였고, 덕분에 ‘베스트 퍼포먼스’ 상을 받았다.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올스타가 된 황성빈은 오로지 ‘웃음’을 목표로 이번 올스타전을 준비했다.

황성빈의 선택은 배달기사였다. 그는 ‘배달의 마황’이라고 적힌 헬멧을 쓰고 등장해 배달 기사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1루에서는 한 때 논란을 빚었던 ‘투수 도발 동작’을 선보여 큰 웃음을 끌어냈다. 투수 박세웅에게는 철가방에 담긴 로진백을 배달했고 박세웅은 거스름돈은 안 받는 제스처로 화답했다.

준비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갔다. 해당 배달 어플 업체 의상은 물론 철가방까지 대여했고 오토바이도 빌려왔다. 해당 업체는 황성빈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 하며 ‘소식듣고 왔습니다. 연락드릴게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배달 기사를 선정한 것일까.

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황성빈은 “내가 야구를 못 할 때 따라다니던 별명 중 하나가 배달하시는 분들을 비하하는 은어였다”라며 “나는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좋지는 않았고 마음이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올스타전에서 배달 기사를 선택한 건 ‘풍자’를 위해서였다. 황성빈은 “다 같이 즐기는 무대에서 그런 콘셉트로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재밌게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단 홍보팀에서 의상 대여 등 워낙 많이 도와줘서 더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상금이 나오면 보답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웃지 않으면 야구장에서 뛰어 도망칠 것 같다”고 했던 황성빈이 ‘됐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는 “타석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긴장을 많이 해서 잘 몰랐다. 그런데 1루에 출루해서 NC 투수 김영규를 상대로 ‘도발’ 동작을 했을 때 ‘됐다’ 싶더라”라고 말했다.

황성빈은 지난 3월26일 KIA전에서 화제의 중심이 됐다. 1루에 출루한 황성빈이 KIA 선발 양현종을 바라보면서 뛸까 말까 하는 동작을 반복하며 도발했다. 양현종이 인상을 썼고, 팬들 사이에서도 ‘심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다음 날 김태형 롯데 감독은 해당 동작을 금지시켰고 황성빈도 이후 하지 않았다. 논란이 됐던 동작을 올스타전에서 ‘재미’로 승화시켰다.

황성빈은 “저는 그 장면이 전반기 최고의 ‘밈’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사자만 욕 먹은 챌린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재미있게 풀어냈고 많은 팬분들이 웃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영규에게도 따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SNS를 찾아가 ‘도와줘서 고마웠다’라는 내용을 남겼다. 김영규 역시 “형 덕분에 너무 재미있었다”라고 답혔다.

상대 투수인 김영규에게 깜짝 웃음을 안겼던 황성빈은 롯데 박세웅의 ‘애드리브’에 놀랐다.

로진을 배달하러 갔다가 박세웅이 ‘거스름돈은 넣어두라’고 한 제스처는 계산에 없었다. 황성빈은 “원래 내가 거스름돈을 주는 것까지는 이야기가 되어 있었는데 다시 넣으라고 하더라. 순간 당황했지만 내가 잘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은 애드리브였다”고 전했다.

올스타전 막판에는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인 SSG 신인 박지환 때문에 베스트 퍼포먼스 상을 놓칠까봐 긴장도 했다. 황성빈은 “내가 지환이 나이일 때 대학교에서 방졸로 빨래를 하고 있었다”며 “그 나이 때 그렇게 하다니 후배로서 멋있더라”며 웃었다.

모두가 즐긴 축제는 끝났다. 황성빈도 팬들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황성빈은 “즐긴 시간은 잊고 다시 준비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야구 선수로서의 진지한 모습을 다잡았다.

“흑역사도 즐겁게…웃음 배달하고 싶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