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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이 홍명보 감독의 고별전이었다…팬들 거센 반발에 일정 당겨져, 홍 감독도 울산 선수단에 마지막 인사

홍명보 울산 감독이 지난 10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 광주FC와 홈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홍명보 울산 감독이 지난 10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 광주FC와 홈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남빛의 트레이닝복을 입은 이에게 가로 70m, 세로 110m 규격의 축구장은 고난의 땅이었다.

어깨에 커다란 짐을 이고 있는 것처럼 천천히 걷다가 고개를 숙이는 것을 반복했다. 긴 한숨과 함께 등을 돌린 그에게는 “홍명보 나가”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한국 축구의 새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감독(55)이 지난 10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 22라운드 광주FC전에서 홈팬들과 주고받은 마지막 교감이었다. 당초 홍 감독은 주말인 13일 FC서울과 홈경기까지 울산 지휘봉을 맡을 계획이었으나 광주전에서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울산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 감독은 11일 오전 선수단 회복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이 물러나는 게 사실”이라면서 “광주전이 감독님이 지휘하는 마지막 경기였다. 가까운 시일 내에 사임 소식을 공식 발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후임 감독이 선임될 때까지 홍 감독이 선수단을 이끌기를 바랐던 울산은 당분간 이경수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직을 맡길 예정이다.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감독(앞)이 지난 10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 광주FC와 홈경기가 끝난 뒤 자신을 비판하는 걸개가 걸린 응원석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감독(앞)이 지난 10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 광주FC와 홈경기가 끝난 뒤 자신을 비판하는 걸개가 걸린 응원석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홍 감독이 예상보다 빨리 지휘봉을 내려놓은 데는 울산 팬들의 거센 반발이 영향을 미쳤다.

홍 감독은 지난 2월 대표팀 감독 부임설이 나올 때마다 선을 그어왔다. 지난달 30일에는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고 표류하고 있는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대해 협회에 날선 비판을 가했던 터라 갑작스러운 부임 소식에 팬심이 들끓었다.

내정 소식이 공개된 직후인 광주전에서 팬들은 “정몽규(대한축구협회장) 나가” “홍명보 나가”를 외쳤다. 또 울산 서포터인 ‘처용전사’가 응원하는 관중석에선 ‘피노키홍’ ‘축협위한 MB(홍명보 감독)의 통 큰 수락’ ‘거짓말쟁이 런명보’ ‘축협의 개 MB’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아마노홍’ 비판의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간절히 바랐던 K리그1 우승컵을 두 차례나 안겨준 홍 감독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홍 감독 역시 예상보다 심각한 팬들의 반발에 벤치를 벗어나지 않은 채 경기를 지휘했고, 패배한 뒤에는 조용히 그라운드를 돌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렇게 작별하는 걸 원하지는 않았다. 내 실수로 떠나게 됐다. 팬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 전적으로 내 책임이었다”고 고개를 숙인 홍 감독의 광주전 기자회견 발언이 그대로 고별 인사가 됐다.

다만 홍 감독이 울산 지휘봉을 내려놓은 게 당장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업무를 시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대표팀 감독으로 첫 시작은 아무래도 취임 기자회견”이라면서 “구체적인 일정은 감독님과 다시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