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는 다른 숨막히는 접전. 말레이시아전 패배 이후 마음을 다잡고 승리를 위해 나섰지만, 경기는 답답하기만 했다. 한 골이라도 먹으면 탈락의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순간, ‘캡틴’의 환상적인 슈팅이 한국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손흥민(토트넘)이 남다른 클래스를 입증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0일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후반 18분 손흥민의 그림 같은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단단히 닫혀 있던 키르기스스탄의 골문을 뚫었다. 한국은 이 골로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꺾었다. 손흥민의 이번 대회 첫 골이 결승골이 됐다.

한국은 같은 시간 바레인에 2-3으로 패한 말레이시아와 2승1패, 승점이 6점으로 같아졌지만 승점이 같을 경우 승자승 원칙을 먼저 따지는 이번 대회 규정에 따라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은 F조 1위를 차지한 이란과 오는 23일 오후 9시30분 인도네시아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16강전을 치른다.

전날 훈련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술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김학범 감독은 이날 스리백이 아닌 포백을 들고 나왔다. 김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포백을 쓴 것은 이 경기가 처음이다. 여기에 컨디션이 안 좋은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선발 명단에서 빼고 손흥민과 함께 감각이 절정에 올라 있는 황의조(감바 오사카)-나상호(광주)로 구성된 스리톱을 가동하며 적극적으로 골을 노렸다.

김 감독의 의도대로 한국은 전반 내내 키르기스스탄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상대의 밀집 수비를 좀처럼 뚫지 못했고, 간간히 시도하는 슈팅은 골대를 계속 빗나갔다. 한국은 전반전에 슈팅수 14-0의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었지만, 유효 슈팅이 2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효율이 떨어졌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의 공세는 계속됐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의 골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고, 중간에 시도하는 키르기스스탄의 빠른 역습에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 18분, 왼쪽에서 장윤호(전북)가 올린 코너킥을 손흥민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절묘한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고, 공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은 경기 중간 상대에게 역습을 당하는 상황에서 수비 지역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는 헌신적인 모습까지 보이며 주장의 역할을 다해냈다.

승리하긴 했지만, 한국은 전체 슈팅 숫자에서 26-4로 크게 앞서고도 한 골밖에 넣지 못하는 등 여전히 과제를 남겼다.

또 말레이시아전에서 경고 1장을 받았던 수비의 핵 김민재(전북)가 이날 경고 1장을 더 받아 경고 누적으로 16강전을 뛸 수 없게 되면서 수비진 편성에 깊은 고민을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