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한 무대에 섰어요. 많이 떨리더라구요. 관객들이 알지 못하는 실수를 했죠. 긴장해서.” (진선규), “예전엔 무대에서 남자 친구라는 생각에 어색했는데, 이번 공연은 할아버지라는 배역으로 보였어요. 엄마가 되니까 여유가 생겼나 봐요. (웃음)” (박보경)

연극 <나와 할아버지>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진선규 (37)·박보경 배우(33) 부부는 연극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2008) 이후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섰다.

진선규는 <나와 할아버지> 초연, 재연에서 할아버지 역으로 출연했다. 박보경은 육아에 전념하다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이번 공연에서 스페셜 게스트로 참여한 진선규는 “할머니 분장을 했지만, 아내 박보경으로 보였어요. 연기하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극 초반 할머니와 대사를 치는 장면에서 박진감 있게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박보경은 “대사를 쳤는데 안 들렸나 봐요. ‘긴장하고 있구나’ 생각했죠. 결혼 전에는 한 무대에서 서면 제가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오빠가 그러네요. 한 무대에 서는 건 생각해봐야겠어요. (웃음)”라고 말했다.

<나와 할아버지>에서 할아버지는 고집이 세고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다. 진선규는 연기에 관해서는 엄격하지만, 집에서는 조금 허술하다. 그런 남편을 박보경은 잘 챙겨준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진선규는 아내에게 세밀하게 연기에 대해 말해주기보다는 작품 전반에 관해서 설명해줬다. 할머니를 흉내 내기 보다는 왜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마음으로 이해하라고 조언했다.

진선규는 사람을 존중한다.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캐릭터에 대한 탐구에 앞서 사람을 먼저 탐구한다. 이런 그의 연기관은 <나와 할아버지>에서 캐릭터로서의 할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 그 자체를 이해하며 연기한다. <나와 할아버지>는 민준호 연출가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초연 당시 진선규는 민준호 연출의 할아버지를 직접 찾아가 흉내 내기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려 했다.

“할아버지가 실제로 빠르게 말씀하시더라구요. 툭툭 던지며 말씀하셨죠.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그러시는 것 같았어요. 그 마음을 이해하고 대사를 하니까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것 같더라구요.”

할아버지는 진선규와 한갑수, 오용, 김승욱 배우가 연기한다. 박보경은 “배우마다 뿜어내는 에너지가 다르다. 한갑수 배우는 웃게 한다. 김승욱 배우와 연기하면 많이 울게된다. 남편은 참 편하다”며 “배우들의 조합이 다른 느낌의 극을 만든다”고 말했다.

진선규는 민준호 연출의 제안으로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한다. 지난해 재연에서 작가 역을 맡은 배우가 개인사정으로 무대에 서지 못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분장실에서 모니터하고 있던 민준호 연출이 작가 역으로 무대에 섰다. 진선규, 민준호가 한 무대에서 만들어낸 공연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민 연출은 당시 느낌을 살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스페셜 무대를 꾸미기로 했다. 당시 멤버였던 손지윤 배우와 함께 공연한다.

박보경은 <나와 할아버지>의 매력에 대해 “자극적이지 않다. ‘우리 할아버지’, ‘우리 할머니’, ‘우리 손자’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가슴 따뜻한 여정을 한 편의 수필처럼 소박하게 그려낸 작품”라고 말했다.

진선규는 드라마 <여자를 울려>에 출연하며 연극 <뜨거운 여름>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그는 음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친구들과 ‘충무로’를 결성하고 노래 ‘드리머(Dreamer)’발표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진선규·박보경 부부는 손을 꼭 잡고 <나와 할아버지> 연습을 하기 위해 대학로 길을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