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 배우(33)가 강단 있는 알돈자에서 순수한 롯데로 돌아왔다. 2013년 <베르테르>에 이어 다시 한 번 롯데 역을 맡은 전미도는 알돈자와 롯데의 모습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롯데처럼 수줍은 웃음을 보이기도 하고, 연기관을 말할 때는 알돈자같은 모습이었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에서 연기력을 검증 받은 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아련한 기억의 여자인 태희, 연극 <메피스토>의 절대 악 메피스토까지 연기스펙트럼을 넓혀왔다. 뮤지컬 여배우라면 누구나 한번 해보고 싶은 역할인 알돈자를 거치며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2013년의 롯데와 올해 롯데를 연기하면서 달라진 점은.

“롯데의 감정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2013년 롯데는 두 남자 사이에서 마치 저울질하는 것처럼 보일 위험이 있었다. 나쁜 여자로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다. 욕먹을까 봐 무서워서 모호하게 표현했다. 올해는 반대다. 롯데가 그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최대한 집중해서 감정을 온전히 표현한다. 혼란스럽게 느껴지면 더 혼란스럽게 표현하고, 갈등과 기쁨, 감사, 불안한 감정을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롯데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지혜 배우의 롯데와 차별점은.

“이지혜 배우는 아직 신인이다. 공연 경험이 많지 않아서 롯데 역할을 어려워했다. 연습하면서 둘이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가끔은 베르테르 욕도 하고.(웃음) 2막에서 롯데는 결혼한다. 아직 미혼인 이지혜에게 결혼 후의 감정에 대해서 조언하기도 했다. 이지혜 배우는 나보다 훨씬 순수하고 풋풋한 느낌의 롯데를 연기한다. 난 이제 표현하고 싶어도 안된다. 1막의 롯데는 이지혜의 느낌이 더 잘 어울린다. 1막은 이지혜 배우가, 2막은 내가 롯데 역을 하면 맞는 것 같다.(웃음)”

-현실에서 알베르토와 베르테르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롯데는 이성적인 면과 감정적인 면을 고루 가지고 있다. 이분법적으로 나눠 말하기 힘들것 같다. 혼란스럽고 갈등할 것 같다. 롯데는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도덕과 약속 때문에 알베르토를 선택했지만 베르테르에게 가는 마음을 없앨 수 없었다. 그 상황에 내가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

-알돈자 역할은 지금까지 전미도 배우의 역할과는 다른 성격의 역할이었다.

“스스로 이미지를 한정하고 싶지 않았다. 작품을 주는 사람들이 나의 외모를 보고 그런 역을 주지 않았다. 배우로서 할 수 있다면 여러가지 역할을 다 하고 싶었다.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다. 절대 해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다. 평소 공연에서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데 땀을 흘릴 정도로 소리도 지르고, 감정이 북받쳐 울분을 쏟아냈다. 체력소모가 많은 작품이었다. 남자들과 몸으로 부딪히는 장면이 많아서 여기저기 멍투성이였다. 타박상을 달고 살았다. 왜 에너지가 강한 선배들이 <맨 오브 라만차>를 했는지 알겠더라.”

-<맨 오브 라만차>에 이어 조승우와 다시 호흡을 맞추고 있다.

“뮤지컬 <닥터 지바고>에 이어 세 번째 만났다. 오래 친구같은 파트너다. 연달아 한 무대에서 연기하다 보니 호흡이 잘 맞는다.”

-연극전공자로서 뮤지컬 무대에 서는 부담은 없나.

“아직도 노래하는 게 연기만큼 편하지 않다. <맨 오브 라만차> 준비하면서 노래 레슨을 받았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수월해질까 해서 배우기 시작했다. 그동안 맡은 역할들이 노래보다 드라마가 강한 뮤지컬이었다. 주로 묻어가는 편이었다.(웃음) 알돈자 역할을 하면서 목이 안 좋은 상태가 된 것도 제대로 된 발성을 하지 못해서다. 지금도 레슨을 꾸준히 받고 있다.”

-내년이면 10년 차 배우다.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지만 한 해 한 해 공연하면서 내년에 이런 공연 꼭 해봐야지 하는 것은 있다. 내실을 기하면서 섬세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 그래서 소극장 뮤지컬과 연극을 하려고 한다. 밖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보다 안으로 단단하게 내실을 쌓고 싶다. 단단한 연기를 하고 싶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시점에서 그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연기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관점이다. 사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중요하듯이 배우가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 관객들이 어떤 작품을 다시 보러오는 이유는 다른 배우가 연기하기 때문이다. 그 배우가 어떻게 작품을 해석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나이 먹으니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 지난번에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무엇때문에 이렇게 감정이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근데 살면서 누군가와 공감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베르테르와 롯데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