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기업’ 오카모토 콘돔이 국내시장에서 여전히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점차 큰 폭으로 번지고 있다. 전과는 다른 불매 움직임에 연중 최대 성수기인 연말 시즌을 앞두고 연 3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콘돔 시장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오카모토 콘돔은 올 상반기 기준 국내 편의점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편의점 3사의 공개자료에 따르면 오카모토의 점유율은 34.2%로 2위인 동아제약(아우성, 20.5%)과 3위인 메디바이스코리아(플레이보이, 8.5%)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 4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했던 레킷벤키저(듀렉스)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불거진 이른바 ‘옥시 사태’로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봤기 때문. 시장의 대부분을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큰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오카모토는 국내에서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오카모토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젊은이들이 중심이 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오카모토 콘돔을 더 이상 사지 말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0~30대가 주로 찾는 한 커뮤니티의 누리꾼 jjan**는 “100년도 안 된 역사를 잊고 전범기업의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곧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 san***는 “한쪽에서는 소녀상을 세우고 있는데 전범기업의 콘돔이라니…”라며 안타까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비자 정서에 민감한 일부 기업들은 캠페인을 통해 오카모토 콘돔의 시장 퇴출에 앞장서고 나섰다.

유명 성인용품 쇼핑몰인 바디로닷컴은 지난 4일 ‘오카모토 OUT’을 선언하고 쇼핑몰에서 오카모토 관련 상품 10여종을 모두 판매중지시켰다. 의학전문 매체인 코메디닷컴도 별도의 캠페인을 벌이며 오카모토 콘돔의 실상 알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불매운동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오카모토가 본격적인 국내 유통을 시작하고부터 몇 차례 불매운동이 벌어졌지만 그때마다 일부의 작은 관심 정도에 머물렀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올리브영 등 일부 기업들이 오카모토 콘돔을 매장에서 철수시키고 불매운동에 나섰지만 GS25와 CU·세븐일레븐 등 전체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편의점들이 이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오카모토는 ‘큰’ 문제없이 업계 1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카모토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전면 철수도 신중히 고려하겠다”면서도 “‘소비자의 선택권’이 있는 만큼 지금 당장 어떠한 조치가 이뤄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카모토는 태평양전쟁 때 콘돔을 독점 공급하며 성장한 기업이다. 군부와 유착해 원료 공급을 비롯해 제품생산·자금조달 등의 도움을 받았으며 오카모토는 군부에 ‘삿쿠(콘돔)’를 독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강점기 오카모토는 경성에 공장을 세우고 일본군의 군위안소에 콘돔을 배포하는 등 비인도적 만행을 저지르는 데 앞장섰다.

2006년 한일협정 책임기업 피해자선정위원회와 강제동원 진상규명시민연대는 오카모토사를 ‘전범 기업’으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