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8’이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며 국내외 게임팬들에게 숱한 추억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지난 15~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이번 지스타는 모처럼 신작이 대거 공개됐고 에픽게임즈, 구글 등 해외 업체의 참가와 함께 유명 유튜버 초청 행사 등 볼거리가 확대되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포트나이트>와 <배틀그라운드>가 행사장 안팎에서 치열하게 격돌하며 화제를 낳았다. 치열한 경쟁으로 ‘지스타 2018’을 후끈 달군 세 가지 현장을 돌아봤다.

■<포트나이트> vs <배틀그라운드>

올해 지스타는 배틀로얄 장르의 원조 <배틀그라운드>와 무서운 기세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포트나이트>가 국내 시장을 두고 벌인 전면전의 현장으로 기록될 만하다.

해외 업체로는 처음으로 지스타 메인스폰서를 맡은 에픽게임즈는 그 이점을 십분 살려 부산 전역을 <포트나이트> 홍보로 뒤덮었다. 벡스코 전면과 건너편 호텔 건물은 물론, 해운대 곳곳과 관문인 부산역까지…, 마치 <포트나이트>의 거대한 광고판이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B2C 전시관 내부의 ‘전황’은 달랐다. <포트나이트>가 행사장 왼편에 진지를 구축했다면, <배틀그라운드>는 펍지와 <배그 모바일>을 앞세운 카카오게임즈, 개발사인 크래프톤 등 ‘연합군’을 결성해 전시관 중앙을 장악했다. <배틀그라운드>가 <포트나이트>를 포위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배틀그라운드>가 엄청난 화력을 앞세운 <포트나이트>의 대규모 공세를 잘 막아낸 느낌”이라며 “지스타를 계기로 두 게임의 경쟁이 더욱 불을 뿜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라하> vs <A3 스틸얼라이브>

지스타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작 중에는 2019년을 책임질 타이틀로 넥슨의 <트라하>와 넷마블의 <A3 스틸얼라이브>에 관심이 집중됐다.

먼저, <트라하>는 넥슨이 차세대 IP(지식재산권)로 밀고 있는 게임답게 압도적인 비주얼로 관람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언리얼엔진4’ 기반으로 초고화질 그래픽을 구현한 하이엔드 MMORPG를 내세운 넥슨과 모아이게임즈의 호언처럼 현장에서는 모바일게임에서 이 정도 수준의 그래픽이 나왔다는 점에 대해서 놀라워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현장에서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한 ‘대도서관’도 “PC게임 못지않은 그래픽에 만족해하는 반응이 많았다”며 “액션이나 그래픽,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 시연 버전에서는 선보이지 않았지만 향후 추가될 채집 및 제작 콘텐츠가 벌써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넷마블 부스는 당초 <블소 레볼루션>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에 못지않게 주목받은 게임이 지스타에서 처음 공개된 <A3 스틸얼라이브>다. ‘배틀로얄 MMORPG’를 추구하는 이 게임은 ‘30인 배틀로얄’과 암흑 출몰, 용병, 월드보스 등 총 4가지 콘텐츠를 현장에서 공개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배틀로얄 모드는 30명의 이용자가 참가해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겨루는 방식으로, 부스 흥행에 큰 역할을 해내며 현장을 찾은 넷마블 방준혁 의장을 흡족하게 하기도 했다.

특히 이 게임은 내년 상반기를 출시 시점으로 잡고 있어, <트라하>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인플루언서 vs 인플루언서

올해 지스타의 특징은 인기 방송 스트리머들과 유명인이 전면에 등장한 점이다. ‘보는 게임’이란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볼거리로 관람객들의 발을 묶어놓으려는 경쟁이 지스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넥슨은 부스에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대도서관, 선바, 울산큰고래 등 유명 유튜버를 초청해 게임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넷마블은 보물섬, 난닝구크루, 이설 등과 다채로운 방송 콘텐츠를 제공해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또 카카오게임즈 부스에는 64명의 아프리카TV BJ들이 동시에 등장해 <배틀그라운드> 대결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고, 펍지주식회사의 부스에는 민경훈, 장동민, 마미손, 김희철 등이 출연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시연하기도 했다.

4년째 지스타에 참가한 ‘트위치’, 이에 도전장을 낸 아프리카TV의 스트리밍 플랫폼 경쟁은 바뀐 지스타의 트렌드를 보여준 장면이다. 아프리카TV는 BJ를 앞세운 ‘멸망전’ 콘텐츠로 팬들과 소통했고, 트위치 코리아는 유명 프로게이머와 게임 방송을 배치했다. 주말인 17일 페이커가 등장한 트위치 부스는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의 장관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결과적으로 신작을 소개하고 앞서 체험하는 현장으로 자리매김하던 ‘지스타의 정체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지스타 조직위와 업계의 지혜로운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