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 1위 BBQ가 지난 19일 일부 메뉴의 가격을 전격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BBQ는 이날 가장 인기있는 제품인 황금올리브를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2000원, 통다리바베큐와 서프라이드 치킨은 각각 2000원과 1000원을 올렸다.

‘지난 2009년 이후 9년 만의 인상’이라는 업체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치킨은 더 이상 ‘서민음식’이 아니다”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일부에서는 ‘불매운동’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일부 언론 또한 가세해 ‘치킨 2만원 시대’를 규정하고 나섰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지난해 초에도 한차례 가격 인상을 시도하다, 공정위 조사 예고 등 정부의 압박과 여론 악화에 밀려 후퇴했던 전력이 있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BBQ는 이번엔 사전 예고 없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기습을 당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연일 하늘을 찌르지만, 경쟁 브랜드와 점주들은 BBQ의 이같은 ‘전격전’에 대해 ‘BBQ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프랜차이즈 치킨매장을 운영하는 ㄱ씨(42)는 “점포 임대료와 인건비가 매년 오르고 있다. 인건비만 해도 최저임금 7530원에 주휴수당을 따로 지급하면 시급은 9000원이 넘고, 여기에 4대 보험료 등을 합치면 점주가 부담하는 인건비는 시간당 1만원이 훌쩍 넘는다”면서 “결국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1000~2000원 가격 인상인데…. 유독 치킨가격에만 민감한 잣대가 지워지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번 BBQ의 가격 인상이 당장은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인상 도미노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BHC와 교촌, 굽네치킨 등은 여론을 의식한 듯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당분간 가격인상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인상) 계획도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가격인상 압박에 몰리고 있는 업계의 처지도 봐달라”고 호소했다.

올 초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BBQ의 마지막 가격 인상이 있었던 지난 2009년과 비교해 삼겹살과 김밥, 자장면 등의 가격 상승률은 각각 109.6%와 220%, 100%에 이른다.

반면 국내 4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치킨 평균가는 수년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20일 <스포츠경향> 취재 결과 업계 2위인 bhc의 경우 치킨 메뉴의 평균 가격(한 마리·단품 기준)은 1만6800원으로 지난 2013년 이후 변화가 없었으며 교촌치킨의 경우에도 치킨 메뉴 18종의 평균 가격은 16500원, 지난 2014년 이후 그대로다. 굽네치킨 역시 2013년 이후 가격을 올리지 못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 외국계 기업인 KFC는 2013년 2000원이었던 치킨 한 조각의 가격이 2016년 2300원으로 15% 오른 뒤 올해 2400원으로 다시 한 번 올랐다.

흔히 국민 간식으로 함께 불리우지만 치킨에 비해 조리원가 대비 소비자가가 월등히 높은 피자의 경우 체감 인상폭은 더욱 크다. 업계1위인 도미노피자는 지난 4월 라지사이즈와 미디엄사이즈 가격을 각각 1000원, 500원 인상하는 한편 이달부터는 VIP와 프리미엄 고객의 할인 혜택을 대폭 줄이거나 없앴다. 피자헛 또한 지난 16일 프리미엄피자의 가격을 평균 1000원 올렸다.

미스터피자의 경우에도 지난 2013년 3만2900원이었던 인기메뉴, 쉬림프골드와 하프앤하프골드는 현재 10% 가까이 오른 3만5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유독 치킨에만 소비자들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그렇다면 본사의 공급가를 낮출 수는 없을까. 육계와 양념 등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지적과 달리, 수년간 재료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유동적인 육계 가격에 완충작용을 하는 양념 등 본사 공급 제품의 수익 축소도 이제는 한계에 다달았다는 게 가맹본부의 입장이다. 한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가맹점들의 소비자가 인상 요구를 더 이상 묵과할 수도, 또 정부의 압박을 무시할 수도 없는, 본사로서는 ‘전강후애’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재 중 서울시 광진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ㄴ씨(64)는 기사에 자신의 말을 꼭 좀 넣어달라고 했다. “10여년 전, 제가 왜 치킨집을 차리게 됐을까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이걸 시작한 거거든요. 이번엔 좀 그냥 내버려 두세요.”

하지만 소비자들의 요구에도 업계는 원가공개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어 치킨값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평행선을 달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