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달궜던 일명 ‘레니게이드 사건’이 가해자의 사과로 막을 내렸다.

‘충북 진천 레니게이드’ 차량 소유자라고 밝힌 ㄱ씨는 6일 보배드림에 “저는 지난해 8월 말경 차량을 향해 욕설과 언어폭력을 행사했다”며 “그날 아이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적었다.

이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릴 것 같아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똑같은 행동을 두 번 다시 하지 않고 아이 어머니와 아이들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사과 당시에도 언행이 거칠었던 점 죄송하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적었다.

자신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함께 첨부하며 ‘진천 레니게이드’ 소유주 임을 알렸다.

무려 8개월 만의 사과였다.

일명 ‘진천 빨강 레니게이드 사건’은 지난해 9월 한 누리꾼이 보배드림에 블랙박스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글쓴이 ㄷ씨는 자신의 아내 ㄴ씨가 캠리를 운전하면서 레니게이드 차주에게 욕설을 들었다며 이 영상을 올렸다.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ㄴ씨는 아파트 입구에 정차해있는 레니게이드를 향해 짧은 경적을 울렸다. 레니게이드 차주 ㄱ씨는 차에서 내려 다짜고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ㄱ씨는 “왜 일본차 타고 다니느냐. 쪽X리냐. 너 일본사람 아니냐. 친일파냐”며 욕설을 이어갔다. 차 안에는 ㄴ씨 뿐만 아니라 6살, 4살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영상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이윽고 누리꾼 수사대는 해당 레니게이드 차 번호와 ㄱ씨의 신상을 털기 시작했고 ㄱ씨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있었다. 욕설을 한 ㄱ씨가 아닌 같은 지역의 또 다른 레니게이드 운전자가 가해자로 오인받은 것. 잘못 지목된 차주는 밤새 전화, 문자 등 욕설에 시달렸다면서 법적 대응 방침을 알렸다.

누리꾼의 바람과는 달리 ㄱ씨의 사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보배드림 회원을 주축으로 해당 레니게이드 앞에 상황실이 설치됐고 사과를 요구하는 포스트잇이 차량에 도배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 과정을 인터넷 생방송으로 진행하며 ‘화력 지원’을 요청했다.

ㄱ씨는 레니게이드 차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도 했지만 누리꾼들의 수사망을 피할 수 없었다. 누리꾼들은 레니게이드 차량을 추적하면서 ㄱ씨가 불법 주차, 불법 유턴 등 교통법규를 어길 시 곧바로 신고하기도 했다.

ㄱ씨가 어떠한 연유에서 8개월 만에 사과문을 올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누리꾼들은 ㄱ씨의 뒤늦은 사과에 공감하지 않는 모양새다.

보배드림의 한 누리꾼은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올리는 것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하라”며 “피해자들께 사과한 것이 확인되면 저도 그만하겠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합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합의는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최소한의 시작점이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바로 사과했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오래오래 반성하시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