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발생률 대비 사망률이 높아 무척 두려운 암으로 꼽힌다. 더군다나 조기발견이 어렵고, 발견하더라도 이미 병기가 상당히 진행돼 있어 치료가 어려운 편에 속한다.

췌장암은 1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50%에 이르지만, 가장 최근 발표된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2.2%에 불과했다. 그만큼 발견이 늦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가건강검진이나 회사를 통해 건강검진을 꼬박 꼬박 받았음에도 쉽게 발견되지 못하는 위중한 질환들이 있다. 이중 췌장암의 발견이 늦는 이유는 첫째, 일반 건강검진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워서이고 둘째,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두드러지는 초기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췌장암으로 인해 소화불량, 체중감소, 복부?등 통증, 황달이 심해 병원을 방문한 뒤에는 치료가 어려운 3~4기에 이른 경우가 대다수다. 의료계에서는 병원을 찾는 환자 중 10명 중 7~8명은 당장의 수술 치료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유증상자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조기검진이 중요하지만 그마저 쉽지 않다. 종양표지자혈액검사(CA19-9)는 특이도가 낮아 가짜 양성이 많고 영상검사의 경우 복부 안쪽 깊은 곳에 있는 장기의 위치상 초음파검사만으로 췌장 전체를 관찰하기 쉽지 않다.

민트병원 김영선 이미징센터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은 “췌장은 위·대장처럼 건강검진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다가 최근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가족력이나 만성췌장염, 췌장낭종이 있는 고위험군은 복부초음파검사나 췌장스크리닝MRI, 췌장CT와 같은 영상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복부초음파의 경우 검사 자체는 간편하고 접근성이 좋지만 췌장의 미부(꼬리) 부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조영제를 넣지 않은 췌장스크리닝MRI는 췌장 전체와 함께 간, 신장, 담낭, 담도, 비장의 일부가 함께 관찰될 정도로 검사 범위가 넓고, CT의 취약점인 방사선 노출이 없다. 만약 스크리닝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조영제를 투여해 좀더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가족력, 췌장낭종, 만성췌장염 등의 고위험군 외에도 40대 이상의 장기간 흡연자, 제2형 당뇨병, 비만이 있다면 췌장암의 발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좀더 높다. 갑자기 당뇨 증상이 나타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혈당조절이 되지 않는 당뇨 환자는 췌장 건강관리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밖에 지속적인 소화불량과 식욕부진, 갑작스러운 체중감소, 복부와 등의 통증 등이 지속될 경우에도 췌장 건강의 이상신호일 수 있다. 복통은 췌장암이 전이돼 복강신경총을 침범하는 경우 나타날 수 있으며, 황달 및 염증은 암이 커져 담도를 막을 경우 생긴다.

김영선 센터장은 “췌장암 발견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려면 평소 사소한 증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증상만으로 너무 큰 공포감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고, 전문의와 면밀한 상담 뒤 적절한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