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은 왜 파~하고 웃을까.’

배우 최불암의 웃음과 말투에 관한 우스개인 ‘최불암 시리즈’는 90년대 말 IMF대란으로 전국이 시름에 잠겼던 그때, 모두를 웃게 했다. 40년 배우인생을 통해 타인의 삶을 살아왔던 최불암이 화면 밖 자신의 속내를 끄집어내 에세이집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배우라는 오래된 대사에 관하여’(샘터)를 출간했다.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의 박반장으로 사회정의를 보여줬고, ‘전원일기’ 속 푸근한 양촌리 김회장으로 전국민의 향수를 안아주었던 그이기에 회고 에세이는 23자의 긴 제목을 갖고 있다.

저자 최불암은 ‘파~’ 하는 웃음소리에 대해 “독특한 캐릭터를 위해 인위적으로 창조해 낸 것이 아니고 옆에 어머님(정애란)이 계시니 껄껄거리며 웃을 수 없어 조심스럽게 웃으려도 하다보니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른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배어나온다.

국민배우로 활약했기에 독특한 에피소드가 많다. ‘수사반장’의 인기가 한창이던 1972년에는 당시 영부인 육영수 여사로부터 전화를 받기도 했다. 수화기 너머로 “저 육영수예요, 안녕하셨어요”라는 인사에 자신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고 “담배 피우는 장면을 조금 줄이면 어떨까요. 온 국민이 따라 피울까 우려됩니다”는 육여사의 말에 박반장은 더 이상 극중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됐다.

평생 연기자로 살던 그를 정치인으로 외도하게 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선뜻 드라마 출연을 자청할 정도로 순수했던 기업인 정주영에 관해 ‘정주영을 읽는 일곱가지 코드’라는 별도의 장을 마련해 그의 따뜻한 인정, 기업가 정신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조상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