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과 김광림. 한국연극을 이끌어온 두 거장이 새봄 무대에 전통연희를 중심으로한 토속적인 연극을 선보인다. 극단 목화의 선장이자 국립극단 예술감독 오태석이 내놓은 신작 <마늘 먹고 쑥 먹고>(8~22일, 명동예술극장)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교수 김광림이 10년만에 새단장하여 선보이는 작품 <우투리 1.1, 아기장수의 꿈>(20~22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26~28일, 아트센터K 네모극장)이 그것이다. 두 연출가는 지난 수십 년 간 한국연극의 흐름을 주도해오면서 연극을 통해 우리 문화의 원형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온 한국 연극계의 중진들이다.

오태석의 신작 <마늘 먹고 쑥 먹고>는 올해 국립극단이 추진하고 있는 ‘삼국유사 프로젝트’ 6개 작품 중에서 첫 포문을 여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단군신화 속 웅녀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그 참을성 없던 호랑이가 사람이 되기 위해 다시 마늘과 쑥을 먹게 된다면?’ 등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어지럽고, 복잡하고, 좁아터진 한반도에 살고 있던 웅녀 할멈은 손녀 순단과 여행을 결심한다. 드넓은 만주벌판을 찾아 백두산에 정계비를 세우기 위해서다. 호랑이 신발장수도 인간이 되기 위해 이들과 함께했다. 비무장지대를 지나 논개, 김구, 조만식, 최남선 등 사람들과 동물을 만나며 한국현대사의 애환을 3.4조 4.4조 운율의 민요와 대사에 실어 구성지게 펼쳐낸다.

24명의 배우가 100여 개의 가면을 쓰고 산대놀이 형식을 빌려 현실과 설화, 역사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왁자지껄한 서사 판타지를 펼쳐보이는 작품. 놀이와 유희로 포장된 만남과 헤어짐, 슬픔과 기쁨, 삶과 죽음 등 오태석 연극 특유의 미학이 전개된다. 전통적 소재와 공연기법을 활용하여, 새로운 예술적 질서를 구축해 온 연출가 오태석이 한국연극으로는 처음 시도하는 전막가면극이다.

오씨는 “관객이 자유롭게 연극 속으로 들어와 상상하고 해석하며 무대와 객석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끌고 가는 이 연극은 관객의 역할이 6할”이라면서 관객의 참여를 당부했다. 연극평론가 김방옥이 오태석을 기리켜 ‘뛰어난 리얼리스트, 죽음과 삶을 성찰하는 몽상가, 정신분석가, 철학자 그리고 그것들을 넘나드는 어릿광대’라고 표현했듯이 칠순이 넘은 거장의 작품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연극계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태><춘풍의 처><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부자유친> 등을 잇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의 3279-2233.

<우투리 1.1, 아기장수의 꿈>은 2002년 연출가 김광림이 선보였던 <우리나라 우투리>를 전면 개작하여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5월 프랑스 부르고뉴 디종 국립극장 페스티벌 봄축제 개막 초청작으로 의식과 놀이, 애니메이션 영상의 완벽한 조화로 만들어진 전통연희극을 표방한다.

고양아람누리 새라새 극장의 한국 대표 연극 연출가 시리즈의 첫 작품. 구전돼 오는 아기장수(우투리) 설화를 모티브로 하면서 우툴어멈과 이성계와의 사랑에 더욱 초첨을 맞추었다. 김광림은 설화의 재해석을 통해 절대권력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부각시키고, 아이들의 천진함과 순수함만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일정한 틀이 없는 우리 고유의 놀이마당 형식을 동원했지만 애니메이션과 타악기, 전자기타, 관악기, 컴퓨터 음악을 가미하여 현대적인 느낌을 더했다. 태극권, 한국무용, 양주별산대의 전통적 움직임을 원용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현대무용의 느낌이 들도록 했다. <오월의 신부> <나는 고백한다> <날보러와요> <북어대가리> <아빠 얼굴 예쁘네요> 등 그동안 선보였던 김광림의 문제작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김광림은 “영웅 아기가 태어났을 때 지배자가 그 아기를 죽이는 아기장수 설화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다”면서 “우투리 설화에는 오이디푸스적 요소와 아킬레스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그 재미를 더한다”고 밝혔다. 극단 우투리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이 공연을 만들면서 참여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한국의 음악 전통, 움직임 전통 및 연극적 유산에 대한 공부 모임을 가졌다”면서 “그 모임이 극단으로 발전하여 극단 이름도 ‘우투리’로 했다”고 말했다. 문의 1577-7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