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에서는 새봄을 여는 정기공연으로 신작 ‘황색여관’을 무대에 올린다. 한국의 대표적 희곡작가로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로 정평이 난 극작가 이강백이 7년여 장고 끝에 기획한 작품이다. 지난해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오태석의 첫 연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허허벌판에 자리한 황색여관에 모여든 탐욕에 가득 찬 인간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벌이는 하룻밤 동안의 살인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은유와 반복의 미학, 우화적 표현이라는 이강백의 작가적 특색은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나 있다. 한명만 살리면 여관을 준다는 주인의 약속으로 또 하루는 시작되고…. 손님들은 언제나처럼 서로가 서로를 죽인다.

‘황색여관’의 등장인물들은 각각 개성이 살아 넘친다. 직업, 외모, 행동 모든 면에서 각자 이 사회에서 대변하는 역할이 뚜렷하다. 등장인물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 군상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들은 여관 주인 측과 손님 측으로 나뉜다.

여관을 운영하는 부부는 매일 밤 반복되는 핏빛 싸움에 더 이상 놀라지도 않고 그저 죽은 손님들의 물품에만 탐을 낸다. 세상에 냉소적이며 자신들밖에 모르는 여관 부부는 성격파 배우 오영수와 SBS 드라마 ‘연개소문’의 진부인 역으로 인기를 모은 곽명화가 맡았다. 3월22일~4월8일. 국립극장 달오름.

〈강석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