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아이언(IRON·정헌철·23)은 지난해 연말 방송가와 음악가를 달궜던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3>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인물이다.

팽팽한 마지막 대결 속에서 아쉽게도 바비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지만, 방송 내내 화제를 주도하던 인물로 통했다. 우승자 바비와 함께 인기를 양분할 정도로 많은 팬덤을 쌓았다.

최근 스포츠경향을 찾은 아이언은 야무진 눈매로 환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는 “이제야 첫 데뷔 싱글을 내고 본격적인 가수 활동에 들어서게 됐다”며 수줍게 인사했다. 허툰 것 없는 이야기에서 좋은 재목으로의 성장을 기대케 했다.

<쇼미더머니3>에 도전장을 내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언은 음악 인생을 꿈꾸며 무명의 래퍼로 살아가고 있었다. 햄버거 하나 넉넉하게 사 먹을 수 없을 만큼 팍팍한 삶이었다고 한다.

어떤 삶을 걸어왔느냐는 질문에 그는 “힙합이 아니었으면 나쁜 길로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힙합은 소싯적부터 좋아해왔다. 랩가사는 사춘기였던 중3 시절부터 쓰기 시작했다. 친구와 ‘재떨이’라는 이름의 2인조 힙합 그룹을 그 무렵 결성했고,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게토차일드’라는 지역 크루에 가입했다. 이름은 많았다. 그는 “깝철도 있었고, 제임스, 찰리, 매독 등이라는 래퍼 이름도 썼다”며 “이름을 못 짓는 편이었다”고 떠올렸다.

“아주 나쁜 아이는 아니었지만, 사고뭉치였죠. 싸움도 많이했고요. 힙합 때문에 개과천선한 타입이었다 할까요?”

넉넉하지 않은 환경 때문에 광주, 익산, 창원, 서울, 목표 등지를 오가며 컸다. 영세민이어서 주공아파트에 살았고, 학창 시절 내내 국비 지원금을 받았다. 그 시절 썼던 가사들은 대개 10대 또래 보다 진중한 것이 많았다.

지역 언더 크루 멤버로 각종 활동을 벌이면서 좋은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스무살 무렵 그룹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프로듀서에게 발탁돼 연습생으로 힙합 그룹을 준비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으로 팀 성격이 변화하면서 아이언은 회사를 나왔다. 그는 “힙합가수를 꿈꿔오던 나의 정체성을 두고 혼동이 생겼다”면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아이돌 그룹의 일원으로서는 왠지 팀에 피해를 끼칠 것 같아 연습생을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21살 무렵 친구 집에 얹혀 살면서 없는 돈을 쪼개 EP음반을 발표하는 등 갖가지 발돋움을 하다가, 지난해 주위의 권유로 <쇼미더머니3>에 도전장을 내게 됐다.

“돈 걱정하며 먹기를 주저했던 햄버거를 지금은 눈치 안보고 먹을 수 있게 됐네요.”

달라진 게 많다. <쇼미더머니3>가 큰 히트를 기록하면서 아이언의 인지도 역시 급상승했다. 많은 가수들이 그에게 피처링을 해달라며 러브콜을 보내왔다.

아이언은 “사고뭉치였던 내 자신이 가족과 친구의 자랑이 된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술 취하면 길바닥에서도 자고 그랬는데, 지금은 많은 이들이 알아봐 조심을 한다”며 웃었다.

특히 서바이벌 종반부 소개된 아이언의 ‘독기’ 무대는 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다. 아이언은 당시 노래 제목 그대로 ‘독기’ 넘치는 무대를 선사했다. 노래에는 영세민 지원을 받으며 생활했던 청소년기의 이야기가 그대로 들어서 있었다. 방송 직후 ‘독기’는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키면서 각종 음악 차트 정상에 올랐다. 아이언은 “태어나서 처음 했던 1위는 얼떨떨한 그것이었다”고 말했다.

<쇼미더머니3> 마지막 결승 무대에서 트로피를 내어준 것은 아쉽다. 뻔한 무대를 피하고자 결승전에 임박해 급히 힙합에 헤비메탈을 섞는 실험적인 무대를 마련하다가 그만 가사 실수를 했다.

그는 “후회는 없다”면서 “의미있는 도전이었고, 음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아이언은 “<쇼미더머니> 출연은 내 인생을 180도 바꿔준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속사를 찾은 그는 서서히 정식 데뷔를 준비해오다 지난 31일 첫 데뷔 싱글을 내놓았다.

노래 ‘블루’는 이별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여자와의 이별을 두고 나빴던 스스로를 자책하는 뉘앙스가 담겼다.

전자 기타의 유려함에 무게감 있는 비트, 아이언의 힘있는 랩이 묘한 흥미를 일으킨다. 단조 곡이어서 왠지 모를 슬픈 빛을 낸다. 그는 “실험성, 대중성, 세련미 등을 다 담으려 했던 노래”라며 “들어보면 노이즈, 불협화음의 일부도 들어있고, 악기는 록적으로 풀었다”고 설명했다.

“<쇼미더머니>에서 얻은 인기는 차츰 식을 것입니다. 음악으로 증명하지 않으면 안될 터이고요.”

그는 앞으로 자신의 음악을 일정한 힙합 틀 안에만 가두지 않을 참이다. 그는 “언더와 오버의 구분 없이, 매 곡마다 진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다른 시각의 래퍼이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런 각오를 담아 몸에 사람 눈동자 모양의 문신 하나를 가슴 팍에 새겼다고 했다. 아이언은 “참과 거짓으로 양분되지 않는 제3의 눈이 되자는 의미를 담는다”고 부연했다.

한편 아이언의 힙합 크루 ‘대남협’은 최근 로터스, 고로케 등의 크루들과 통합해 ‘락바텀’으로 변모했다. ‘락바텀’에는 힙합 가수 뿐 아니라 EDM, 록 계열의 가수, 타투이스트, 디자이너 등 11명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