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소민이 본격적으로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 KBS2 <마음의 소리>였다. 이후 KBS2 <아버지가 이상해>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로 3연타를 치며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소복소복 흰 눈이 내리는 듯 다소곳이 이어가는 정소민의 말투가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속 지호의 내레이션처럼 귀에 착착 감긴다. 데뷔 후 8년, 왜 우리는 정소민을 이제 발견했을까?

■피아노·무용 그리고 연기

52부작 <아버지가 이상해>를 7개월 동안 촬영한 후 그는 방전상태였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이젠 좀 쉬겠다’고 생각한 차에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시놉시스를 만났다. 작품과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느낀 정소민은 ‘내 몸이 부서지더라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시놉시스 자체가 너무 재밌었고 지호 캐릭터와 제가 비슷한 점이 많았어요. 이렇게 캐릭터 설정이 비슷한 적은 처음이었고 저절로 애정이 갔어요.”

정소민은 운명처럼 윤지호를 만났다고 표현한다. 결국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지우가 살아온 시간들과 제가 살아온 시간이 겹쳐요. 제가 89년생이고 지호가 88둥이거든요. 그 세대만의 설움이 있어요. 경제 부흥기에서 IMF까지 경제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타 영향을 많이 받았던 세대라는 공통점과 또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좌절을 겪었던 점이 저랑 같았어요.”

정소민은 10년간 피아노를 쳤고 학창시절에는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연습을 한다고 해서 당장 결과물이 나오는 것들이 아니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작품과 캐릭터를 위한 준비나 노력이 당장 결과로 보이지 않아 늘 불안했어요.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아무런 준비없이 지내기에는 더욱 불안한거죠. 피아노나 무용 그리고 연기도 마찬가지로 5년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10년만 해보자’ 버텼던 시기가 있었어요. 이제야 조금씩 그간의 노력들이 발현되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

정소민은 연기에 대해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지만 과거의 초조하고 불안감 대신에 노력하면 성장한다는 확신이 든다. 그만큼 여유를 가졌다.

■일기쓰는 여자, 정소민

정소민은 캐릭터 분석을 할 때 본인의 캐릭터에 투영해 일기를 쓴다. 대본에는 나오지 않은 인물의 공백을 메우는 작업 중 하나다.

“대본에 없는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그때 하는 것이 인물의 자아형성이 이뤄지는 시기인 학창시절로 돌아가 일기를 써보는 거예요. 그런 작업이 연기에 도움이 많이 돼요. ‘일기쓰기’는 늘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했던 작업이에요. 그 캐릭터에 어울릴 법한 일기장을 사죠.”

캐릭터를 온전히 연기하기 위한 작업인 동시에 정소민 자신에 대한 객관화 작업이기도 하다.

“일기를 쓰다보면 이 ‘캐릭터가 이런 점에서 나랑 많이 다르구나’하면서 반대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되더라구요. 열심히 일하다보면 남이 보는 나에 대해서 신경을 쓰게돼요. 하지만 내 스스로 나에 대해서는, 깊은 생각을 못 하거든요. 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기자란 참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아요.”

작품마다 쓰기 시작한 일기는 꽤나 많은 분량으로 남겨져 있다고 한다. 공개해볼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일기장을 공개하기는 너무 창피할 것 같아요.(웃음) 그냥 저 혼자 간직할래요.”

실제 정소민이라면 <이번 생>에 나온 세 남자 캐릭터 중 어떤 남자를 이상형으로 삼을까?

“한 번도 이상형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저희 어머니는 마대표님이 괜찮다고 하시더라구요. 평소 유머러스하다가 수지한테 ‘네가 나를 찔러서 무뎌질 수 있다면 찔러라’하는 대사에서 어머니가 ‘저런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상대역인 이민기와 케미가 좋아서 실제로 감정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도 있었다. 정소민은 일단 고개를 가로젓는다.

“연기는 혼자하는 게 아니라서 좋게 봐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죠. 실제로 <마음의 소리>에서 광수 오빠랑 베스트커플 상을 받았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같이 호흡한 상대 배우와 언급되는 건 좋은 일이죠.”

연인들의 계절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드라마도 해피엔딩으로 끝난 만큼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들만도 하다.

“저는 오히려 달달한 연기를 하면서 연애 욕구가 해소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매번 그렇진 않지만 멜로 연기를 할 때 실제로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서 연애에 대한 갈망은 없구요. 이번 연말은 특별한 일 없이 그동안 못 본 사람을 만나다보면 그렇게 훌쩍 지나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