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지환은 이름이 생소할지 몰라도 얼굴을 한 번 보면 뇌리에 콱 박힐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지녔다. 영화 <범죄도시> <1987> 종합편성채널 JTBC <언터처블> 중 하나라도 본 사람이라면 ‘아~’하고 무릎을 탁 칠 정도다.

“제 얼굴이 좀 강하죠? 저도 처음엔 단점투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맡은 역들이 저열할 정도로 미끄러지는 캐릭터가 많았고요. 그런데 노안이라 매번 한참 선배들과 친구 역으로 나오며 어울리다 보니 금새 연기력이 늘더라고요. 제 얼굴 덕분에 기회를 얻은 거죠. 이 정도 이점이라면 전지현, 김태희 급의 얼굴 아닌가요? 하하.”

최근 ‘스포츠경향’이 만난 박지환은 ‘신스틸러’ ‘악역 전문’이란 수식어와 너무나도 다른 순수하고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의 인생 얘기를 털어놨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섬세한 감성을 담은 그의 가슴엔 아름다운 아이가 숨쉬고 있었다.

■박지환, 그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여느 배우와 조금 달랐다.

“어릴 적 삶에 대한 고민이 깊었어요. 다들 정상이 아닌데 정상인 척 사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연극을 시작했어요. 연극은 사람들의 삶이 빚어낸 결과물이라서 이걸 하다보면 인간에 대해 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게 10년간 나 자신과 싸웠죠. 그러다 깨달았어요. 해답이 없다는 걸요. 또 ‘연기’가 굉장히 따뜻한 제 친구였다는 것도요.”

굉장히 감성적인 대답이었다. 실제 느릿느릿한 말투에서도 그가 가진 캐릭터 이미지와 180도 다른 섬세한 면이 엿보였다.

“워낙 감수성 깊은 성격이라 스스로 많이 괴롭혔던 것 같아요. 선배들이 ‘너 그렇게 연기하면 죽어’라고 할 정도였죠.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요즘엔 더 행복하고 즐겁게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1980년생, 조정석, 조승우, 류승범 등과 동갑내기다. 윤계상 보다는 두 살 어리다. ‘노안’아니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도 그는 긍정적이었다.

“전 오히려 그 덕을 봤는 걸요. 데뷔할 때부터 10살 많은 선배들과 친구인 캐릭터만 해와서 연기력이 부쩍 늘었거든요. 부족한 내공에도 그들과 합을 맞출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얻은 거죠. 내공 높은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니 저도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었고요.”

역시나 생각의 틀이 다른 배우였다.

“어떤 배우는 동안이라서 어린 배우들하고만 연기하기도 하는데, 그런 면에선 ‘노안’이 제 강점 아닌가요?”

■“스포트라이트 받은 진선규, 내 일처럼 벅차”

함께 <범죄도시>를 흥행으로 이끈 진선규의 이름이 나오니 그의 얼굴은 환하게 폈다.

“선규 형이 정말 잘 됐잖아요. 서로 응원했던 사이라 제가 다 벅차더라고요. 사실 청룡영화제 시상식 한 달 전에 만났는데, 제가 선규 형 손을 잡으면서 ‘상 꼭 받을거요. 내가 기도할게’라고 했거든요. 정말 간절히 기도하기도 했고요.”

진선규가 남우조연상을 탈 당시 그는 새로운 작품을 촬영하고 있던 중이었다.

“촬영하다가 그 소식을 들었는데 얼마나 기쁘던지, 주체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가 그동안 얼마나 고뇌하고 배우의 길을 힘들게 걸어왔는지 알고 있었으니까요.”

요즘은 신작 <마약왕>에서 호흡을 맞춘 송강호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제 약점이 남들보다 담대하지 못하다는 거예요. 작은 역을 맡아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무서워 하죠. 그런데 이번에 송강호 선배와 <마약왕>을 찍으면서 감명 받았어요. 주인공이고 복잡한 캐릭터라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도 그 인생을 머리 안에 다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더라고요.”

송강호가 너무 연기를 잘해 오히려 자신이 긴장해 NG를 낼 정도였단다.

“그러자 송강호 선배가 왜 실수했는지 이유를 묻더라고요. 솔직하게 말했더니, ‘괜찮아, 그냥 해’라고 툭 한마디 하셨죠. 그런데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리고 바로 ‘OK’ 컷이 나왔죠. 역시 본받을 만한 배우예요.”

그렇다면 10년 뒤 박지환은 어떤 배우로 성장해 있을까. 그러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예측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요. 다만 그 때에도 저 자체로 즐겁게 살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배우로서도 ‘어떻게 나를 제대로 알아가고, 세상에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할 거고요. 괴로운 삶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