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2년 전 그 일을 겪은 건데, 조근현 감독 성희롱 폭로글의 당사자는 비교적 최근 당했더라고요. 말이나 행동 패턴도 같았고요. 그걸 보면서 이게 처음이 아니라 너무나도 많이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큰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이걸로 이런 현상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영화 <흥부>의 조근현 감독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또 등장했다. 그는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 감독의 성희롱 폭로글을 올리며 ‘미투 운동’에 동참했던 배우지망생 ㄱ씨다.

그는 25일 ‘스포츠경향’과 단독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에 동참한 이유와 조근현 감독에게 받은 상처 등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2년 전 한 단편 영화 오디션 당시 조 감독이 미팅을 갖자며 자신의 오피스텔로 부른 뒤 “술을 마시면 솔직해진다”며 자꾸 권했다고 회상했다.

<다음은 ㄱ씨와 일문일답>

Q.성희롱 당시 오피스텔로 ㄱ씨를 불렀다는데, 조근현 감독 혼자 있었나?

A. 그렇다. 다른 오디션을 볼 땐 그런 적이 없어서 나도 당황했다. 걱정은 됐지만 당시 낮이었고 오피스텔 문을 살짝 열어놔 안으로 들어가 오디션 얘기를 듣고자 했다. 그런데 작품 소개를 5분 정도 하더니 이상한 방향으로만 얘기를 하더라. 그리곤 현관문을 닫았다. 낮에 미팅을 잡으면 뭐 하느냐, 그렇게 문을 닫아버리는데.

Q.1차 피해자 폭로글과 비슷한 패턴인 것 같은데?

A.그렇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겐 술을 권했다는 점이다. 처음엔 오렌지 주스인 줄 알았는데 한 모금 마셔보니 술이라 거절했다. 그런데 조근현 감독이 술을 마셔야 솔직해진다며 자꾸 권하더라. 그러면서 여자 연예인들 실명을 거론하며 ‘지금 잘 나가는 여배우들은 다 감독과 잤다. 누구는 XX중독자 수준이다. 누구는 내게 이렇게까지 해서 작품을 줬다. 너도 할 수 있겠느냐’ 등등의 말을 했다. 나를 훑어보는 눈빛이나 말의 뉘앙스도 ‘나와 자면 작품을 주겠다’는 뜻이었다.

Q.그 자리에서 불쾌한 기분을 표현하진 않았나.

A.당시엔 내 나이가 어려서 ‘노(NO)’라는 말을 못했다. 그저 ‘이 얘기가 끝나면 오디션 얘기를 하려나’ 싶어 기다리기만 했다. 그러나 그 얘기만 계속하더라. 결국 ‘엄마가 근처 오셨다’고 둘러댄 뒤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Q.2년 간 왜 알리질 못했나.

A.배우지망생이란 약자 위치라 얘기하지 못했다. 그 땐 다들 ‘원래 이 바닥 이런 거라며 미친 개한테 한 번 물렸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라’고만 말했기 때문이다. 한번은 <흥부> 관계자를 만났는데 시사회 티켓을 준다고 해도 못 간다고 거절밖에 못했다. 그냥 이대로 묵과해야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사회가 바뀔 수 있을까’ 염려되고 걱정도 되지만, 많은 분이 바뀔 수 있다고 용기를 줘서 ‘미투 글’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후 ㄱ씨의 측근은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내 그의 마음을 대변했다. 메시지 속엔 “ㄱ씨가 아직도 떨고 두려워 한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이름이 돌면 어쩌지? 조근현 감독 쪽 사람들도 영화계에 남아 있을텐데 영화를 못하게 되는 건가?’라며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이 일은 가족들과 나 밖에 모르던 비밀스럽고 아픈 일이다. 부디 한 사람이 용기를 내서 세상에 진실을 말한 이 일에 조금의 힘을 보태달라”는 호소의 뜻도 실려 있었다.

한편 조근현 감독은 앞서 성희롱 문제로 <흥부> 홍보 일정에서 전면 배제됐다. 당시 그는 뮤직비디오 오디션 당시 신인 여배우에게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아” “오늘 말고 다음 번에 또 만나자. 술이 들어가야 사람이 좀 더 솔직해진다”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 감독은 해외로 출국, 현재까지도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