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유튜브는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본다. 유튜브는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새로운 영역이다”

케이블채널 tvN <크리에이터 톡> 기자간담회 속 한 예능 PD의 이야기다. 1인 방송을 기반으로한 유튜브가 ‘TV 대체제’가 아닌 다른 플랫폼이라 선을 긋는 시선이 맞을까? TV와 유튜브는 정보 제공과 볼거리, 즐길거리라는 역할이 같고 소비자가 겹치며 광고를 통한 수익 구조마저 흡사하다. 이모저모 둘러봐도 TV는 ‘기득권’, 유튜브를 위시한 개인 방송 플랫폼은 ‘신흥세력’ 구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1인 방송 국내 시청자 2000만 명이 넘는 시대가 열렸다. 한국MCN협회 작년 12월 발간 자료에 따르면 작년 중순 기준 유튜브의 월 사용자수가 2500만명, 아프리카TV는 1200만명에 이른다.

10·20대들은 기존 플랫폼 대신 유튜브 1인 방송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게다가 이용자 연령 커버리지도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정규재TV> <신의 한수> 등 중장년층이 주 시청자인 보수우파 콘텐츠의 구독자가 점점 늘고 있고 ‘품바’ ‘트로트’ 관련 음악과 공연 콘텐츠들의 인기도가 높아지고 있다.

‘채널’이라는 절대 파워를 갖고 있던 방송사들이 최대 적자 위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개인방송분석연구소 배철순 소장은 “국내 디지털 동영상 광고비는 지난 2014년 910억을 기록했고 매해 1000억 원 이상씩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여 2018년에는 5509억 원에 이르렀다. 여기 통계에 잡히지 않는 광고, 또 간접적인 산업 효과까지 고려하면 정확한 수치 제시가 어려울 정도”라고 분석한다. 디지털 플랫폼이 ‘1조원’ 광고 시장에서 50% 이상의 지분을 잠식하기 시작한 셈이다.

■대표 인기 콘텐츠… ‘커버’ 영상

수많은 장르의 1인 방송 중 어떤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클릭을 유도했을까? 최근 1년 간(2018년 5월 기준)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조회된 방송 콘텐츠 유형은 8198만 회를 기록한 ‘커버’ 영상이다. 유명 가수의 노래나 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한 콘텐츠. 이어 작은 소리를 증폭시켜 고음질을 제공해 청취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ASMR’ 영상이 2등을 기록했다. 3위는 ‘HOW TO’ 영상이다. 관계, 업무, 게임, 연애, DIY 등 다분야에 ‘방법’을 알려준다. 4위는 ‘OOTD’ 영상이다. ‘Outfit Of The Day(오늘의 의상)’의 준말로 해당일에 자신이 입은 패션을 소개하는 영상이다. 그 다음은 ‘먹방’, ‘뷰티’ 영상 순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 외에도 1인 방송들은 현재 일어나는 이슈와 화제에 대응해 관련 콘텐츠로 빠르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BTS)이 새 앨범을 낸 시기라면 그들의 관련 영상을 이용해 조회수를 높이고, <어벤져스-엔드게임>이 개봉했을 때는 영화 속 ‘떡밥’을 설명한 영상을 게재해 클릭을 유도한다. 10대들은 궁금한 정보 습득을 위해 대형 포털사이트가 아닌 ‘유튜브 검색’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손바닥 안에 글로벌 세계

1인 방송이 좋은 점은 각 나라의 콘텐츠를 제약없이 클릭 한 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배철순 소장은 “나라별 1인 방송 콘텐츠는 나라의 문화와 트렌드, 국민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말한다. 인건비가 높고 개인주택 거주자가 많은 미국은 DIY 개인 방송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이다. 유럽은 환경적 영향으로 자연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많으며 케이팝 등 다문화 음원 커버 영상을 즐긴다. 인도는 발리우드와 IT 강국인 만큼 뮤직비디오 콘텐츠가 인기가 많고 일본의 경우는 아직 데이터 유료화 비중이 크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경향 속에서 1인 방송은 태동의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1인 방송이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좋아요’버튼 누르기나 ‘댓글쓰기’에 엄격한 편이다. 이에 반해 북미· 유럽은 다양한 의견을 중시하듯 칭찬과 호의적 댓글에 후한 경향을 보인다.

■개인방송, 해결해야 할 문제

별도의 공적 규제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1인 방송에는 당면한 과제도 존재한다. 출처 확인이 되지 않은 페이크 뉴스, 조회수를 겨냥한 무차별 스팸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규제가 없는 빈틈을 타 선정적인 방송을 하거나 폭력적이고 유해한 언어가 그대로 노출되는 개인 방송도 다수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유튜브의 경우에는 과도한 노출,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종교나 성별 증오가 담긴 콘텐츠, 사이버 괴롭힘, 스팸, 사기, 저작권 침해 행위가 담긴 1인 방송은 해당 콘텐츠를 삭제한다. 또 3개월 이내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 경고를 세 차례 받으면 크리에이터 채널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규제는 한계를 갖고 있다. 배 소장은 “무수히 많은 개인 방송을 모두 감시할 수는 없다. 그저 시청자들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각 플랫폼마다 각고의 노력으로 인공지능을 동원하거나 크리에이터들에게 소양교육을 시키기도 하지만 완벽한 플랫폼의 제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힌다.

■박막례 할머니의 의미

얼마 전 유튜브 최고경영자인 수잔 워치스키가 방한해 70대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를 찾은 바있다. 또 5월초에는 박 할머니를 유튜브의 모기업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 본사에 한국 대표 자격으로 직접 초청하기도 했다. 해당 이벤트 속에는 유튜브의 정책과 방향성이 담겨있다. 박 할머니를 통해 유튜브가 실버 계층을 포함한 ‘전 계층이 이용하는 전방위적 플랫폼’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특별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아도 일상적이고 선한 스토리로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플랫폼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