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자 영화감독 사이토 타쿠미가 자신이 연출한 장편영화 <13년의 공백> 개봉에 맞춰 내한했다.

사이토 타쿠미는 2014년작 후지TV 드라마 <메꽃 ~평일오후 3시의 연인들~>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다. 그러나 인기나 유명세를 등에 업고 감독 데뷔했다고 보는 시선이라면 좀 성급하다. 소문난 영화광이자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2년에 단편 영화 <サクライロ(연분홍색)> 감독 데뷔를 마쳤다. 2014년에는 <半分ノ世界(절반의 세계)>로 쇼트쇼트 필름 페스티벌&아시아 영화제 특별상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에 개봉하는 <13년의 공백>으로 그는 2017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판타랜드 대상, 제 20회 상하이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신인상부문 최우수 감독상 등 다수의 영화상을 수상했다.

■‘화장’으로 표현되는 ‘아버지의 죽음’

사이토 타쿠미 감독 영화 <13년의 공백> ‘화장(火葬)’이라는 소재로 동양적 정서 속 가족의 의미를 풀어낸 작품이다. 생활고로 가족을 버리고 가출한 아버지, 그리고 13년만에 죽음 앞에 선 아버지와 아들이 조우한다. 원망과 그리움이 섞인 미묘한 부자의 관계, 이어 장례식을 치루며 아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13년의 공백>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나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배우 찰리 채플린의 말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다. 생활고를 통한 가족의 붕괴, 비참한 현실로 시작한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빛과 활기, 웃음마저 띈다.

사이토 감독은 이런 ‘인생의 간극’에 주목한다. ‘웃어선 안되는’ 장례식의 암묵적인 룰을 이용해 웃음을 만들어냈고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화장’ 장면을 일상적이고 건조하게 표현했다.

“실제 화장 시간은 6,70분이라고 해요. 저희 영화 러닝타임도 70분에 맞춰져있죠. 유족에게 그 시간은 슬픔이 큰 시간이지만 실제 화장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에게는 단지 신체가 재가 되는 시간일 뿐이죠. 그래서 마치 요리하는 것 같은 일상적인 느낌으로 넣고 싶었어요. 그런 간극에 흥미가 커요.”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 새로운 착안과 도전에 주목하는 감독인 만큼 그의 다음 작업이 궁금해진다.

“감독으로써 다음 작품은 예술가 집단인 ‘칭퐁(Chim↑Pom)’ 감독님들과 ‘COMPLY+-ANCE(컴플리언스)’ 프로젝트에 단편으로 참여합니다. 올해 ‘부천판타스틱 영화제’ 초청작 <만리키> 시미즈 야스히코 감독도 함께 해요. 원안, 기획, 감독, 각본도 하고 카메라도 직접 촬영했습니다. 관객을 함께 끌어들이는 식의 연출을 시도하는 실험적인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사이토 감독은 유독 타 감독들과의 프로젝트 영화 협업에 호의적이다. 그는 HBO 아시아 제작 호러시리즈 ‘FOLKLORE’에 일본 대표로 단편 ‘TATAMI’를 선보였고 음식을 테마로 한 ‘FOODLORE’에 다시 한 번 참가하기도 했다. 자의식이 강한 성향의 감독이라면 쉽지 않은 작업일 터.

“감독으로서 제 세계관이 약하기 때문이 아닐까요?(웃음) 다른 감독들과의 협업들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불안과 결함 요소 같은 구멍을 어떻게 메울까’ 함께 고민하거든요.”

■사이토 타쿠미 ‘Never Stop’

사이토 타쿠미는 ‘본업이 무엇일까’ 궁금할 정도로 다양한 일에 도전해왔다. 흥행 드라마 <메꽃 ~평일오후 3시의 연인들~>로 쌓아올린 배우 이미지나 인기에 개념치않고 ‘복면 개그맨’에 도전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했다. 오는 10월4일에는 개인 유튜브도 개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튜브 내용은 직접 다양한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해보는 거예요. 첫 회는 ‘1분 간 바지 지퍼 올리기’에 도전해요. 참고로 세계 기록은 260번이에요.”

또다른 도전을 물었더니 다시 한 번 예상치 못한 답변으로 돌아온다 ‘농업’이란다.

“우리는 시간의 개념을 시계, 달력이라는 수치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도쿄라는 도심 한 가운데에서 식물을 키우며 자라는 과정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껴보고 싶어요.”

엉뚱함 속에 ‘심오함’을 품고 있는 그를 ‘배우’라는 이름으로 한정짓기는 어딘지 아쉬운 구석이 남을지도 모르겠다.

배우 사이토 타쿠미를 톱스타 반열에 올린 후지TV 드라마 <메꽃 ~평일오후 3시의 연인들~>이 채널A 금토극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으로 리메이크된다. 소식을 전하니 극중 주인공으로 큰 흥미를 보였다.

“한국과 일본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영상 표현의 차이가 존재하니까요. ‘흐름을 표현하는 법’ ‘주목 방식’ 그런 차이를 보며 리메이크작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요.”

그는 <메꽃 ~평일오후 3시의 연인들~>를 통해 유뷰녀와 금기된 사랑에 빠지는 학교 교사이자 곤충학자 ‘기타노’역을 맡았다. 먼저 연기한 배우인만큼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다.

“한 가지 원칙이 ‘해피엔드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거 였어요. ‘재미’라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도 필요하지만 그 안에는 책임감도 분명 있으니까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남자 주인공이 너무 멋지면 안 되요.(웃음) 감독님하고 늘 이야기했던 건데 ‘기타노’의 의상은 최대한 촌스럽고 심플해야 한다는 거 였어요. 그러다 저는 실제로 촬영장에서 쫓겨난 적도 있어요.”

평벙한 인물에게 보이지 않았던 매력이 발산됐을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그가 연기한 드라마 속 인물이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평범함 속 잠재된 매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의 장점 중 하나가 배우들이 멋진 캐릭터로만 나오지 않고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지점이에요. 현실성의 극대화 속에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며 관객들에게 심리적 확장성을 경험하고 재미를 느낍니다. 원래 인기 많고 멋진 사람이 금기된 사랑에 빠진다는 건 그저 흔한 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겸 감독 사이토 타쿠미의 영화 <13년의 공백>은 7월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