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인기가요’ 실시간 스트리밍 장면들.
SBS ‘인기가요’ 20년 전 콘텐츠가 온라인상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유튜브 채널 ‘SBS 케이팝 클래식(KPOP CLASSIC)’은 지난달 26일 1999년 ‘밀레니엄’ 방송분을 시작으로 가요프로그램 ‘인기가요’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해주고 있다. 이 방송은 3040 시청자들이 방송으로 과거를 추억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에 노인들의 모임터인 ‘서울 탑골공원’에 빗대어 ‘온라인 탑골공원’ ‘탑골가요’로 명명됐다.
‘탑골가요’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지 3주 만에 동시 접속자수는 2만2000명을 넘으며 큰 화제를 낳고 있다. 인기의 원인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요소가 담긴 콘텐츠이기 때문.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추억의 가요를 들을 수 있고 지금은 톱배우가 된 김민희, 김소연, 전지현, 송혜교, 신민아 등이 신인 시절 MC나 VJ로 활동하는 앳된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SBS ‘인기가요’ MC와 VJ로 활동한 배우들의 신인 시절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현재 상황과 대조되는 최전성기를 맞은 유승준이 무대를 날아다니며, 테크노 댄스가수로 ‘내안의 넌’을 열창하는 장윤정의 이색적인 시절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 얼굴로 노래하는 가수 장동건도 만날 수 있었다. 누리꾼들이 채팅창을 통해 주고받는 메시지 또한 메인 콘텐츠에 버금가는 재미를 준다.
‘SBS 케이팝 클래식’ 편성담당자는 “뜻밖이다”라는 한 마디로 인기에 대한 소감을 전한다. 그는 “우리는 방송을 만들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예측할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번 유튜브 채널의 화제성과 인기도 의도한 바는 없었지만 큰 사랑을 받아 깜짝 놀랐다”라고 말한다.
‘동영상 클립’이 아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K팝이 글로벌화되다보니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서 실시간으로 정했다. 클립 서비스는 다른 곳에서 워낙 잘해서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첫방송을 1999년도로 정한 이유에 대해 그는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방송이라는 의미도 있고 당시 세기말 콘셉트의 무대가 많아서 그저 재밌을 것 같아 시작했다”며 “이후에는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98년도가 1등을 해 해당년도 방송을 서비스했다. 다음은 2000년 방송이 될 것 같고 그 뒤로는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향후 일정에 대해 그는 “20년 치 콘텐츠는 방대하지만 언제까지 할 지는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김공숙 교수는 “복고가 단순한 ‘추억팔이’를 넘어 ‘새로운 소비문화 상품’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문화의 주 소비층인 3040세대가 당대의 문화경험자들이기 때문일 것. 현대와 과거의 감성적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탑골가요’ 콘텐츠가 기존의 리바이벌이나 리메이크와 주는 효과와 다른 점”이라 분석했다.
김교수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콘텐츠 선별만 잘하면 되니 꿩 먹고 알 먹기다. 비슷비슷한 콘텐츠 홍수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는’ 복고 콘텐츠가 또 하나의 방송 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이라 예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