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요계에서 입버릇처럼 말하던 ‘월드스타’, 그 진짜 위용을 제대로 보여준 여정이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29일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공연을 마지막으로 1년2개월 여 동안 진행됐던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월드투어를 마감했다. 이 공연은 지난해 8월25일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을 시작으로 9월부터 미국을 비롯한 북미와 유럽, 일본과 아시아를 거치는 12개국 42회 공연으로 이어졌다. 평균 1만5000석에서 2만석 정도의 공연장을 돌았던 ‘러브 유어셀프’ 투어는 그들의 인기 진원지였던 유럽을 처음 도는 투어로 현지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평균 1만5000석에서 2만석 규모의 공연장을 돌던 ‘러브 유어셀프’ 투어는 지난해 10월6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 공연을 분기점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전 세계 정상급 가수들만이 진행한다는 4만5000석 규모의 스타디움 공연을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 불리는 미국 뉴욕에서 치러냈기 때문이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부터 투어의 규모를 ‘스타디움 급’으로 키워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SPAEK YOURSELF)’로 확장판 공연을 열었다. 이 투어는 6개국 17회 공연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지난 26일부터 3회의 공연으로 진행되는 ‘파이널’ 콘서트를 끝으로 투어를 마무리 짓는다.

지난해 유럽투어를 기점으로 불붙기 시작한 ‘BTS 신드롬’은 그들의 빌보드 앨범차트 석권과 각종 해외 차트에서의 선전, 유튜브 조회수 기록들과 연관돼 다양한 담론을 양산했다. 국내에서는 앞 다퉈 방탄소년단의 성과를 ‘K팝이 2019년 낼 수 있는 성공의 극대치’로 평가하며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으며, 해외에서도 본격적으로 글로벌 민심을 장악하기 시작한 방탄소년단의 존재를 깨닫고 그들의 활약의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투어를 시작할 때의 방탄소년단도 대단했지만 투어가 끝난 지금 그들의 입지는 예전을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졌다.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투어는 무엇을 남겼을까.

■ 글로벌을 향한 K팝의 폭발적 팽창

우선 규모에서부터 K팝 투어의 지평을 바꿨다. ‘러브 유어셀프’ 전반기 투어는 총 관람인원 104만명을 기록했다. 이어진 스타디움 투어에서는 웸블리스타디움 9만석을 메우는 기록을 세우면서 89만명을 동원했다. 이번 서울 ‘파이널’ 콘서트에는 올림픽주경기장의 수용인원이 4만5000석인 것을 고려하면 3회 공연 총 13만5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수치를 합하면 102만명, 방탄소년단은 1년2개월 동안 206만여 명의 전 세계 팬을 만났다. 유료 관객 수치만 206만명이지 세 차례의 브이라이브 생중계를 통해 각 십수만명의 유료 접속자도 합류해 그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투어에서는 그동안 K팝의 한계로 여겨져 왔던 여러 ‘금단의 지역’들을 넘어서면서 K팝의 양적확장에도 기여했다. 지난해 10월6일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콘서트는 한국 가수 최초 미국에서의 스타디움 콘서트였으며, 방탄소년단에게도 최초의 스타디움 콘서트로 기록됐다. 영국에서는 바로 올 초 전 세계적인 열풍이 불었던 밴드 퀸의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이 있었던 웸블리스타디움을 K팝 가수 최초로 밟았다. 일본에서는 팀 최초로 돔 투어를 시작했으며,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중동에서 스타디움 콘서트를 성사시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스타디움 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의 콘서트는 이들에 앞서 또는 뒤에 이어졌던 수많은 K팝 가수들의 월드투어 마중물 역할을 해, 실제로 최근에는 데뷔부터 해외 투어를 시작하면서 글로벌 팬 층을 확보하는 새로운 전략을 태동시켰다.

■ 5조원의 경제가치

이들의 투어를 돈으로 환산해도 어마어마한 가치가 측정된다. 지난 6월 세계 라이브 투어와 페스티벌을 취재하는 전문 매체인 폴스타(Pollstar)는 “방탄소년단이 12회 공연까지 박스오피스 매출액으로 7800만 달러(한화 약 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기반으로 1인당 티켓값 평균을 잡아 총 62회 공연으로 환산하면 약 1500억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한다. 그리고 전 세계 투어 기착지를 돌며 티켓 판매줄 못지않은 장사진을 이뤘던 팝업스토어와 공연장 팬상품 판매 그리고 세 차례의 온라인 생중계 수익까지 합하면 줄잡아 2000억원의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에는 방탄소년단의 연평균 생산유발 효과는 4조 1400억원으로 측정됐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부가가치의 유발 효과까지 합치면 액수는 5조5000억원을 넘어선다”고 덧붙였다. 이는 우리나라 중견기업의 연평균 매출액은 약 26배 수준이며, 부가가치 유발효과 역시 중견기업 평균의 약 9배 정도에 이르는 놀라운 액수다.

여기까지는 방탄소년단이 직접 유발한 효과다. AFP 통신은 최근 “지난해 약 80만명의 관광객이 오로지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총 7%의 비율을 차지한다. 이들이 소비한 액수와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개선효과들이 이 5조원 안에 다 포함돼 있는 셈이다.

■ 세계관과 음악이 어우러진 완벽한 서사

‘러브 유어셀프’ 투어는 공연의 구성으로도 우리나라 아이돌 공연의 역사 분수령이 될 만 한 가치를 갖고 있다. 이 공연은 ‘윙스 투어(WING TOUR)’라는 이름으로 이전 공연 시리즈의 3부작을 마친 방탄소년단이 새롭게 도입한 투어의 이름이었다. 그만큼 총 세 장의 앨범으로 제작된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앨범의 수록곡이 순서대로 배치됐다.

공연에서는 2017년 9월 발매된 ‘러브 유어셀프 승 ‘허’(承 ‘Her’)’, 지난해 5월 나온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轉 ‘Tear’)’, 지난해 8월 나온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結 ‘Answer’)의 주요 수록곡들이 담겨 있다. 마침 투어 직전 나왔던 ‘전 티어’ 앨범이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고, 이어진 ‘결 앤서’ 역시 연속으로 1위에 올랐다.

공연은 멤버들의 개인곡도 실려있지만 사랑의 발견과 몰입, 결핍과 각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곡의 구성과 무대효과로 표현하면서 한 편의 큰 뮤지컬을 본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진 ‘스피크 유어셀프’ 스타디움 투어에서는 대형 무대장치를 이용하는 다양한 퍼포먼스로 K팝 콘서트의 진화를 스스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음악평론가인 한국 조지메이슨대학교 이규탁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1년여의 투어를 통해서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들이는 팀은 손에 꼽을 정도”라면서 “그만큼 우리가 지금까지 일컬어 왔던 ‘월드스타’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투어의 의미를 정리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K팝 가수들에게 있어서도 음원이나 음반, 뮤직 비디오 성과 등도 중요하겠지만 공연을 통해서 이 모든 요소를 총집결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지향점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