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무대가 글로벌화되면서 ‘아이돌’이란 직업은 요즘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순위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인생 목표라고 하기엔 그 생명력은 매우 짧다는 이면도 존재한다.

가요 전문가들은 아이돌 그룹의 생명을 5년에서 길게는 7년으로 보고 있다. 5년 안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도태될 것이고 아무리 큰 인기를 얻어도 7년 이상 장기 인기를 구가하지 못하는 통계에 의해서다. 크게 성공한 아이돌이라도 제 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누군가는 뮤지컬 혹은 정극연기 배우로, 누군가는 솔로로 작곡가로 음악적 역량을 키우기위해 그들은 여전히 노력한다.

■정민 ‘홀로서기’, 죽기살기였다

그룹 ‘보이프렌드’ 출신 정민은 싱어송라이터로 제 2의 발돋음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몸담았던 6인조 ‘보이프렌드’는 ‘씨스타’의 남동생 그룹으로 큰 주목을 받으며 2011년 가요계 데뷔했다. 멤버 모두가 출중한 외모와 뛰어난 실력을 겸비해 데뷔 당시 다수의 가요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었고 음악 프로그램 1위에 서는 그룹이 됐다. 이후 일본 진출로 ‘오리콘 차트’를 넘보거나 멤버들 모두 주연으로 앞세운 아이돌 영화도 찍는 등 대형 그룹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그들은 ‘아이돌 유효기간’ 8년 후인 2019년 수순처럼 회사 계약 종료와 함께 해체됐다

그룹 내 리드보컬이었던 정민은 자신만의 음악을 이어가고 싶다는 희망을 살려 프로듀서 지인들과 ‘아라라인’을 설립했다. 그는 스포츠경향에 그룹 해체 후 녹록치 않았던 상황도 숨기지 않았다.

“그룹 활동을 끝내고 혼자 개인이 되었을 때, 마치 세상에 내몰린 기분이었어요. 10년간 보살펴주셨던 가족같은 품을 떠나 혼자 세상을 헤쳐 나가야 상황이 당황스러웠죠. ‘어떻게 해야 할까’ 마냥 물음표를 그리다가 결국 제가 처음 아이돌을 왜 시작하게 됐는지부터 되짚어보니 의문이 풀렸죠.”

정민은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꿈으로 다시 돌아가 방향성을 잡았다. 그러고나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룹 때는 연차가 쌓이면서 ‘1등 가수가 돼야 하는데…’하면서 조바심도 컸어요. 근데 혼자 나와서 생활하다보니 그게 다가 아니더라구요. 유명해지기위해 이 일을 하는 게 맞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인생 공부 중이랄까요?”

정민은 그룹 활동 이후 가장 큰 변화에 대해 ‘메이크업’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답안을 냈다. 매일 아침 미용실에 들러 메이크업을 하는 것이 아이돌 하루의 시작이었다.

“헤어 메이크업은 누군가 강요하지 않았지만 아이돌 생활에 필수였어요. 어느 때나 SNS 셀피나 팬들의 카메라, 그리고 라이브 영상에 노출돼있으니까요. 이제는 샵비용도 무시 못해서 메이크업도 못하죠. 수염도 안 깍고 다니는걸요? 공연할 때 물도 아껴마셔요.(웃음) 그렇게 아이돌 생활을 되새김질하면서 제 생활에 빈틈은 없나 늘 염두에 두고 있어요.”

아이돌 생활 8년, 그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에 실감하며 인생의 도미노를 하나씩 세우고 있다.

■전략보다는 꾸준함으로

만 26세. 워낙 이른 나이에 시작한 노래라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이라는 점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역시 자신의 음악인생을 길게 보고 있었다.

“홀로서기에 때로는 압박감이 있지만 인생을 살다보며 누구나 보면 겪는 정도라고 생각해요. 제가 음악을 20대만 할 것 아니라서 모든 압박이나 결핍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먼저 걸어온 선배로서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겪을 아이돌 후배들에게 ‘목적성’을 강조했다.

“제가 뭐라고 한 마디하기는 좀 그런데요. 견디는 것에 대한 목적성을 스스로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무엇을 위해, 어떤 날을 위해 참고 노력하고 견디고 있는가’ 그걸 잃어버리는 순간 방황하게 되거든요. 제가 실감하고 있는 점인데요. 사람의 뇌가 신기한 점이 생각한대로 행동이 구현되더라구요.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생각하는 대로, 구현된 결과물인 그의 자작곡 ‘그 날 우리’가 6일 발매된다.

“락 베이스의 발라드 곡이에요. 가사 내용이 ‘처음 우리가 손을 잡던 그 날이 생각날 거야’라는 부분이 있어요. 누구든 ‘그 날’이 있기 마련일 거예요. 그 날이 떠오르게 가사로 풀어봤어요. 시각적인 이미지로는 ‘노을’을 잡았구요. 봄밤 드라이브를 하면서 들으시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화사해질 수 있는 노래입니다.”

정민에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전략을 짜기보다 꾸준함으로 승부할 예정이다. 그는 세 번의 싱글앨범을 내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수십번의 소극장 콘서트 무대에 서왔다.

“제 계획은 꾸준히 음원을 내고 최대한 많은 곡을 팬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어요. 기존 팬들도 많이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아이돌 생활을 할 때도 늘 공백기가 많은 팀이었어요. ‘많이 기다리셨죠?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가 자연스럽게 인사가 되곤 했죠. 그런 보이프렌즈 때 팬들의 갈증을 해소드리고 싶어 제가 막 달리는 것 같아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해야 하는데 막 뛰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다치지 않게 조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