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차기 대선 주자를 누구로 생각하느냐’는 당 소속 의원들 질문에 “백종원씨 같은 분은 어떻냐. 모두가 좋아하는 대중친화적인 사람이지 않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과 괴리감을 좁힐 수 있는 사람이 제격이란 예시를 보여준 것이지만 당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백종원은 지난 201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백 대표님 가맹점이 손님을 다 빼앗아간다”는 자유한국당 정유섭 전 의원의 질문에 “가맹점을 잘 키워 점주가 잘 벌게 해 준 것뿐인데 이게 잘못이냐”고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또 백종원은 “호텔에는 왜 비싼 식당만 있어야하나 불만이 생겨 호텔업을 시작했다”라고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할 말 하는 백종원에 일각에선 정계진출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다. 이에 백종원은 지난 2019년 KBS2 ‘대화의 희열2’에 출연해 “정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종원이 정치판에 계속 등장하는 이유는 사람들과 친밀하게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줘서다. 백종원은 현재 SBS에서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에 출연하고 있다. 소외된 골목상권과 농산물을 살리겠다는 것이 방송 취지다. 백종원은 여느 예능인 못지 않은 말솜씨를 보이면서도 출연자와 시청자들에게 소통의 창구 역할을 빼어나게 해 예능 흥행 보증수표로 떠올랐다.

그렇다고 대중의 관심으로만 현실 정치에 뛰어들게 할 수는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2009년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큰 관심을 받았다. 안철수는 당시 정치에 입문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청춘콘서트 등을 통해 인지도가 꾸준히 높아지자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시작으로 정계 입문했다. 안 대표는 부패와 정치, 기업 권력으로부터 때묻지 않은 인물로 평가받았지만 기득권 양당제를 깨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유능한 과학자지만 정치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유명인의 정치권 진출이 이례적인 건 아니다. 지난 1992년 14대 국회에서는 탤런트 이순재, 최불암, 이주일씨 등이 출마해 당선됐다. 이어 15대 국회에선 배우 신영균, 정한용씨가, 16대에선 배우 강신성일씨 등이 국회에 입성했다. 이들 모두 높은 인기를 누리던 중견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당선됐다. 그러나 ‘얼굴마담’ 역할 정도만 할 뿐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는 적었다.

반면 해외에서는 연예인 출신 정치인의 성공 사례가 많다.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1980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 당선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유명하다. 레이건 대통령은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반공정책으로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해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거대 양당의 패싸움 정치로 신물이 난 국민들이 증가하면서 때아닌 기존 정치인과 차별화된 대중정치인을 발탁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 효과를 노리는 포퓰리즘은 경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