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위험하다… 그런데 궁금하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대본을 접한 박신우 감독의 첫 느낌이었다. 박 감독은 직접 조용 작가를 만나 드라마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듣고 ‘꼭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흥행’ 스토리이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탄생됐다. 스포츠경향은 드라마는 끝났지만 ‘넷플릭스’서 후폭풍을 실감하고 있는 이 드라마의 박신우 감독을 만나, 정말 ‘괜찮았는 지’ 물었다.

- 드라마가 인물들의 상처를 다루다보니 전반부에 어두운 분위기가 짙었다. 대중적 흥행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흥행은 어떤 경우라도 예상할 수 없는 문제라 크게 걱정하지 않는 편이다. 대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이야기인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혹여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더라도 일부 시청자에게는 마음에 남는 드라마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 극 중 ‘고문영’ 동화책이 실제 출간됐다. 누구 아이디어인가?

“동화책은 내가 출간을 부탁했다. 처음 ‘좀비아이’를 읽고 너무 좋았어서 이건 드라마와 상관없이 책으로 나와야된다고 생각했다. ‘좀비아이’ 때문에 이 작품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좀비아이’는 조용 작가 희대의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 초반 연출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공력을 담았다. 그중 기억에 남을 만한 연출 기법이 있다면?

“1, 2, 3부가 불편하고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겠다 싶어 초반에 밀도 높은 구성과 메이킹의 필요성을 느꼈다. 주인공들의 과거로 시작했다면 좀 더 쉬웠겠지만 ‘천천히 설득하게 되더라도 구성을 지키고 싶다’는 조용 작가의 패기가 멋져서 존중해 주고 싶었다. 초반 클레이메이션(점토 애니메이션)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정말 매력적인 세계였다. 클레이메이션에 종사하는 작업자분들 존경스럽다.”

- 제 몫을 해준 배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말이 필요없다. 하트 6개!”

-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넷플릭스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문화적인 편견이 많이 사라진 것 같고 장벽도 많이 낮아졌다고 생각한다. 영미권 컨텐츠가 아니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번 성과는 비영미권 컨텐츠 산업 종사자의 일원으로서 굉장히 기쁘다. 글로벌 플랫폼의 순기능이라고 생각되는데 다양한 문화권과 언어권의 다양한 컨텐츠가 동시간에 다양한 대중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이 열렸다는 점에서 굉장히 고무적이다.”

-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갖는 글로벌적 보편적 정서는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하지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야. ‘쟤’는 이상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괜찮은 애야. 이런 생각은 사춘기를 겪은 전 인류가 한 번쯤은 해보는 생각 아닐까?(웃음) 자신을 인정하고 타인을 인정해서 생기는 위로, 이런 부분이 보편적인 동감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향후 글로벌 OTT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드라마 제작이 예상된다. 본인의 작품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OTT 시대에 대작들도 필요하지만 소품도 나쁘지 않다. 좋은 작품들이 쌓여 한국 콘텐츠가 인정받게 되는 흐름이 중요할 것 같다. 나도 다양한 기회를 통해서 좋은 흐름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에 보탬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