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판타지’가 대세로 떠올랐다. 방송계 전반에 한국 전통 설화와 다양한 장르가 만난 판타지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일 첫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은 한국 설화 속 꼬리 9개 달린 여우를 말하는 ‘구미호’를 소재로 한다.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 ‘이연’(이동욱)과 그를 쫓는 괴담 전문 프로그램 PD ‘남지아’(조보아)의 이야기를 그린다. 설화 속 구미호가 여성으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남자 주인공이 구미호로 등장하는 점이나, 여우누이, 우렁각시, 돌부처, 불가살이 등 여러 설화의 주인공들이 등장해 현대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는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무엇보다 설화와 드라마의 전개를 절묘하게 엮어서 풀어내 흥미를 유발한다. 5%대의 시청률로 수목극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공개 이후 국내 인기 톱10 안에 올라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에도 익숙한 이름이 등장한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와 악귀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가운데 탄생한 ‘재수 옴 붙었다’는 속담을 활용한 캐릭터가 특별한 재미를 안겼다.

속담 속 ‘옴’을 나타내는 ‘옴 벌레’를 사람들에게 불행을 안기는 젤리요괴로 실사화 시켰고, 이를 잡아먹는 ‘옴잡이’가 등장해 안은영 및 학생들과 관계를 맺으며 에피소드를 이끌었다. 이 외에도 금줄, 전통 잠자리 매듭, 봉숭아 물들인 손톱 등 나쁜 기운을 쫓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적인 정서를 표방하는 전통 소재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넷플릭스에서 8월 공개된 호러 판타지 시리즈 ‘도시괴담’은 한국적 정서를 접목한 괴물 캐릭터와 예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일상 괴담 등을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전통 풍속인 ‘손 없는 날’과 인터넷 방송 등을 엮어 선보인 에피소드와 학교 괴담 등은 호러와 한국 전통 소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국내뿐 아니라 대만, 홍콩, 베트남, 태국 등에서도 색다른 재미를 안기는 콘텐츠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웹툰계도 마찬가지다. 2017년과 2018년 개봉해 ‘쌍천만’ 영화로 이름을 남긴 ‘신과 함께’ 시리즈의 동명의 원작 웹툰 이후 각종 설화를 소재로 삼은 웹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는 동명의 웹소설을 기반으로, 구전 설화인 ‘심청’을 모티브로 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 드래곤의 던전에서 깨어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았다. 네이버웹툰 ‘도롱이’는 용이 되려다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 설화를, ‘먹지마세요’는 하늘에서 나는 복숭아 ‘천도’를 소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동양풍 판타지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8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시즌3 두 번째 파트인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수상한 의뢰’는 부산의 장산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다고 알려진 귀신 ‘장산범’을 등장시켜 높은 관심을 모았다.

‘신비아파트’는 CJ ENM 투니버스 대표 애니메이션이자 국내 최초 호러 애니메이션이다. 앞서도 한국 설화 속 도깨비나 제주도 귀신 ‘그슨새’, 죽일 수 없다는 뜻의 불가살(不可殺)에서 유래 된 귀신 ‘불가살이’ 등 매 시즌 한국에서 유래한 귀신이 등장해 국내는 물론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도 방영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만에서는 2019년 국내 개봉에서 89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신비아파트 극장판 하늘도깨비 대 요르문간드’가 지난 8일 개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