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신혜가 ‘로코퀸’ 수식어를 내려놨다. 대신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로 호러에 가까운 스릴러를 제대로 보여주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그의 노력 덕분일까. ‘콜’은 지난 27일 공개 직후 실시간검색어 상위권까지 장악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완성도에 대한 칭찬을 듣고 싶었어요. ‘참 탄탄한 영화구나’란 말도 듣고 싶었고요. 한국 영화 산업이 많이 발전했다는 걸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초반 박신혜는 기존과 다르지 않았지만, 극을 마무리 지어갈 땐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란 평가를 받았는데 배우로서 가장 최고의 칭찬이지 않았나 싶어요.”

박신혜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진행한 화상인터뷰에서 ‘콜’에 관한 기대감과 작업기, 전종서와 호흡 등을 공개했다. 오랜만에 만족할 만한 작품을 내놨다는 기쁨이 만면에 번져있었다.

■출연 제안, 두번이나 고사한 이유는?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광기 어린 집착이 시작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박신혜가 현재를 사는 서연 역을, 전종서가 1995년을 사는 영숙 역을 맡아 오싹한 112분을 완성한다. 애초 지난 3월 개봉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연기, 결국 넷플릭스를 택해 대중을 만나게 됐다.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해도 넷플릭스를 택한 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영광이고요. 해외 팬들이 제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넷플릭스로 보여주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출연 제안이 왔을 땐 두번이나 고사를 했다.

“수동적인 여자주인공으로 비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영숙’ 캐릭터가 워낙 강렬해서 왜 날 ‘서연’ 역에 캐스팅하려고 했을까 궁금하기도 했죠. 감독이 ‘수동적인 여자가 무너지고 복수를 꿈꾸는 변화를 그려내는 배우가 박신혜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의문이 확신으로 바뀌게 돼 출연하게 됐죠. 그런 변화를 디테일하게 표현해내는 게 재밌었고요.”

동갑내기 신인감독에 대한 신뢰감도 보였다.

“신예답지 않은 단단함이 있어요. 조근조근 사람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에 유연하기도 하고요. 같이 의논하다보면 의견 차이가 생기는데 그 차이를 부담스럽지 않게 좁혀주더라고요. 이게 과연 데뷔하는 감독의 바이브가 맞나 싶었어요. 하하.”

■“전종서, 어떻게 광기를 폭발시킬지 또 하나의 볼거리”

그는 전종서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특히 극 중 ‘영숙’에게 약재를 먹이는 장면은 강렬했어요. 영숙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고, 이 친구가 그 광기를 어떻게 폭발시킬까 또 하나의 볼거리였죠. 그뿐만 아니라 영숙과 서연이 서태지 음악을 매개로 시간을 뛰어넘어 우정을 쌓는 장면도 명장면이었어요.”

스릴러 안에 ‘서태지’란 소재를 삽입한 것도 신선한 시도였다고 하니 그가 방긋 웃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대표하는 사람은 서태지였던 것 같아요.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들이 이 영화 안에도 잘 살아있는데, 촬영감독이나 미술감독이 그 세대라 소스도 굉장히 많았고, 저도 약간 걸친 세대여서 어색하진 않았어요. 폴더폰, 삐삐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도 많았고요. 엄마, 이모, 삼촌들과 함께봐도 재밌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여성 두 명이 이끌어가는 힘있는 전개에 호평이 따르자 ‘다양성 영화’로서 존중받는 것 같아 기분 좋다는 만족감도 표현했다.

“사회가 자극적인 것만 원할 땐 뭔가 안타깝기도 했고, 어느 순간 장르의 다양성이 줄어든 것 같아 속상했어요. 우리가 다뤄야할 문제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너무 치우친 게 아닐까 싶었고요. 그 안엔 여성 중심 영화도 있죠. 이 기회를 통해서 영화의 다양성에 대해 또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개인적으론 ‘여성중심’이란 단어를 쓰기보다는 다양한 이야기, 메시지가 담긴 영화로 읽히길 바라요. 그런 영화들이 빛을 봤으면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