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누리꾼들의 ‘한복·설 기원설’이 동북공정으로까지 번졌다.

앞서 김소현은 11일 설날을 맞아 한복을 입고 설 인사를 전했다. 이 게시물은 일부 중국 누리꾼들에 의해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휘말렸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 전통 문화를 홍보해줘 감사하다” “중국 전통 의상을 사랑해줘 고맙다. ‘한푸’(중국 복식의 누리꾼 용어)는 아름답다” “한국 드라마는 중국 전통 의상으로 촬영한다” 등의 댓글을 쏟아냈다. 이와 함께 “중국 설 명절까지 소개해줘 감사하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중국 누리꾼들의 댓글 테러는 최근 중국 온라인상에서 촉발된 ‘설’과 ‘한복’의 중국 기원설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논란을 두고 래퍼 이센스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푸 아니고 한복이다. 도둑놈들아, 뻔뻔하게”라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한중 양국을 둘러싼 논쟁을 해외 K-POP 사이트가 소개하자 중국 누리꾼들의 댓글 테러가 쏟아졌다. 올케이팝은 “최근 중국은 한복과 김치가 모두 중국식이라는 선전을 펼치고 있어 한국 누리꾼들로부터 많은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정리했다.

이 게시물을 두고 중국 누리꾼은 고구려 또한 자신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소현이 입은 의상이 고구려 전통 복식이고 현재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KBS2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 출연 중이기 때문이다.

중국 누리꾼들의 의견을 추려보면 “고구려는 고대 중국 동북부에 세워진 소수 정권이다. 길림에서 시작됐고 나중에 한반도에 들어갔다. 문화적 소속감은 중국에 더 가깝다”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 정부이고 소수 민족이고 한국과는 관계없다. 역사를 도둑질하는 것은 염치 없는 짓” 등이다. 한국 누리꾼들이 고구려 고분 벽화를 내세우며 “고구려와 한복은 모두 한국의 역사”라고 주장하자 중국 누리꾼들은 “고구려 고분 벽화는 한국인의 만능 벽화인가”라며 비아냥을 섞기도 했다.

또한 “한국은 천년 동안 중국에 기생했던 국가였다. 그들은 언어가 없어 한자를 써왔다” “한국은 수천년간 중국의 속국이었던 국가였다. 이제 와서 과거를 부정하지 말라” 등 원색적인 비난들도 뒤를 이었다.

이뿐 아니라 중국 누리꾼들은 조선 시대 면제배갑 사진과 진시황릉 토용을 비교하며 ‘조선의 갑옷은 중국의 고대 갑옷과 비교해도 수준이 떨어진다’ 등의 억지 주장을 펼친다던가 한국과 중국의 사극을 비교하며 한국 드라마가 그간 중국 사극을 베껴왔다고도 주장했다.

중국 온라인에서 벌어진 김치·한복·설 중국 기원설은 급기야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였던 동북공정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동북공정은 과거 청나라 영토에 흥했던 모든 국가들의 기원이 중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중국 정부 주도의 역사 왜곡 연구 사업이다. 동북공정에는 대표적으로 고구려를 비롯해 고조선, 발해, 부여 등의 한반도 고대 국가들도 포함된다.

최근 게임, 드라마, 영화, 소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중국 측의 한국 문화 기원설과 동북공정이 점차 공세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3일 KBS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예전만 하더라도 서양인들이 아시아권 문화 중심지로 중국을 꼽았지만 최근 들어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전 세계에 퍼지고 아시아권 대표 문화 움직임이 한국쪽으로 이동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위기감에서 표출하는 잘못된 애국주의의 반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