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한 보컬리스트 채동하.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 가요계를 주름잡는 SG워너비의 멤버로 활약하던 그는 홀연히 팀을 탈퇴하고 지난해 말 홀로서기에 나선 바 있다.

뮤지션으로서의 좋은 기량은 그대로였고, 두터운 팬층 역시 그의 홀로서기를 지속적으로 응원했다. 2009년 그의 솔로 정규앨범 ‘에세이’는, 하지만 활동이 조기에 마감됐다. ‘채동하’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 음반이었지만 뜻밖의 건강 문제가 갈 길을 붙잡았다. 당시 활동도 하기 전에 각종 음반차트 5위에 랭크되는 등 심상찮은 기운을 감지했지만 차츰 심각해지는 목디스크 증상에 눈물을 떨궈야했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나고 그는 비로소 최근 온전한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SG워너비 활동 때 전국투어에서 목을 삐끗한 데서 비롯된 일이었습니다. 아직 젊다는 마음으로 무시했는데 결국 그게 화근이 됐지요. 당시 첫방송을 하자마자 그대로 누워버렸습니다. 정말 상황이 매우 안좋았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절대로 움직여서는 안된다는 병원측의 만류도 있었고요.”

1년만에 만난 그의 표정은 밝았다. 얼굴 가득 묻어났던 여유에는 배경이 있었다. 그는 지난 5월 배낭을 매고 훌쩍 인도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났다. 한달여간 인도에서 체류하다 다시 네팔로 가서 또 한 달을 채웠다.

“혼란스러워진 마음을 잡아보자는 마음이었답니다. 가수 안할 거면 그만두고 할거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지요. 결국 얻은 답은 내 것(음악)을 만들어 죽을 만큼 달려본 후 그만두자였습니다. 늘상 남이 쥐어준 음악만을 했고 막상 내가 하고픈 음악을 한번도 못해봤으니 한이 많이 남아있었나봅니다.”

최근 발매된 미니 앨범 ‘디 데이’(D-DAY)의 수록곡 ‘바닐라 스카이’는 인도에서 한 장례식 풍경을 본 후 즉석에서 노랫말을 지었다. 당시 하늘은 노란 연기로 물들여졌다. 그는 현지서 만난 악사와 어느 노인 가수의 이야기도 조근조근 풀어냈다. 노인 가수는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줄곧 부르고 다녔단다.

그는 “공항에 돌아오니까 두발에 힘이 분명히 바짝 들어간게 느껴지더라”면서 “공교롭게도 나이 30세가 딱 되는 날이기도 해서 감회가 더 새로웠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는 채동하 본인이다. ‘바닐라 스카이’, ‘하루가 미치고’ 두 곡이 그의 자작곡이었고, 또다른 수록곡 ‘내 편’ ‘바보야 잘가’는 작사를 맡았다. 곡 제작과 수집, 녹음과 디렉팅 등 어느하나 손길이 안 간 곳이 없다.

“홀로 서니 자유로운 부분도 있고 책임감도 큽니다. 음반을 직접 만들면서 이제 정말 내가 가수가 됐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는 신보에 대한 호평에 대해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으며 “멋있게 시작하는 듯해서 좋다”면서 “앞으로의 남은 날도 줄곧 멋있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