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찔했다니까. 그래도 내 작품이었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지난 5일 일본전에서 이진영의 그림같은 수비만 생각하면 웃음이 났다가 식은 땀이 흘렀다고 한다. 한국 대표팀을 살린 그 수비에 김 감독만의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4일 동안 혼자 꽁꽁 숨겨왔던 사연을 9일 캔자스시티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털어놨다.

김 감독은 경기전 “그날 진영이 수비 있잖아”하며 말문을 열었다.

당시 0－2로 뒤지던 4회 2사 만루에서 일본 2번타자 니시오카가 등장했을 때의 상황이다.

“사실 내가 그때 직접 진영이 수비 위치를 왼쪽으로 옮겼어. 그놈(니시오카)이 최근 경기에서 계속 잡아당겨쳤고 왠지 이번에도 당겨칠 것 같아서 수비 위치를 중견수 쪽으로 옮겼어.”

그러나 아뿔싸. 모처럼 직접 수비위치를 변경했더니 니시오카가 친 타구가 그 반대 방향을 향하는 게 아닌가.

우익수 이진영이 원래 자리에 있었다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던 타구였다. 하지만 이미 중견수 쪽으로 자리를 옮겨 잡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나 이진영은 타구음을 듣는 순간 수십미터를 전력 질주해 기적 같은 다이빙 캐치를 성공했다. 결국 한국 대표팀과 김 감독을 동시에 살린 천금같은 수비였다.

그러나 김 감독의 해석이 재밌다. “그게 다 내 덕분 아니겠어. 진영이를 멀리 옮겨놨으니까 그 놈이 그렇게 많이 뛰어서 멋있게 잡은 것처럼 보이잖아.” 노(老)감독의 여유와 재치가 개그맨을 뺨친다.

〈서프라이즈양승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