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나흘이나 지났다. 하지만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여론에 결국 감독이 고육책을 내놨다.

SK 김성근 감독(66)이 사상 초유의 ‘자진 결장’을 했다. 투수 윤길현의 욕설 파문에 대해 수장으로서 책임을 진 것이다. 김감독은 19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SK 신영철 사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두산전에는 벤치에서 빠지겠다”고 발표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감독이 스스로 경기에서 빠지겠다고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윤길현은 지난 15일 KIA 최경환에게 위협구를 던진 뒤 무례한 태도를 보이며 욕설까지 내뱉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후 SK는 18일 윤길현을 2군으로 보내고 구단 차원의 공식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여전하자 김감독은 19일 오전 신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진 결장’ 의사를 전했다. 감독으로서 사태를 완전히 마무리짓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감독은 “이번 일로 인해 팬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많이 반성했다. 야구 자체가 다시 붐을 일으키려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돼 최고 지휘자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선수단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던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나 자신의 태도부터 바꿔야겠다 싶어 오늘 경기에 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감독에게 ‘결장’은 큰 의미를 가진다.

프로야구 통산 세번째로 1900경기에 출장한 김감독이다. ‘야구밖에 모른다’는 말을 들을 만큼 경기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17일에는 일부 KIA팬이 시위하는 등 연일 여론의 질타가 끊이지 않으면서 김감독은 최근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감독으로서 매듭을 짓기 위해’ 결국 결장을 선택했다.

김감독은 “감독 생활을 40년 했다. 한 경기라도 거르는 것은 뼈를 깎는 고통과도 같다”며 “윤길현이 당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나중에 알았고, 어떤 시기에 어떤 행동이 올바른지 많이 고민했다. 2~3일 전부터 생각했지만 너무 늦게 결단을 내린 듯싶다”고 털어놨다.

이날 새벽 이만수 수석코치에게 라인업을 짜서 넘긴 김감독은 코치들과 미팅을 갖고 이날 경기에 대해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이수석코치의 지휘로 경기를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