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경력 25년의 유명 배우 견미리, 그리고 트로트왕인 태진아가 만나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녹록지 않은 경력의 두 사람이 기어코 사고(?)를 치고 말았다.

　견미리는 최근 태진아가 진두지휘해 만들어진 음반을 정식으로 취입했다. 타이틀곡은 ‘행복한 여자’. 태진아가 직접 작사를 했고, 성진우의 ‘딱이야’를 작곡한 김민진이 일찍부터 견미리를 위해 써둔 멜로디가 노랫말에 붙었다.

　국민 드라마 ‘대장금’ ‘주몽’ ‘이산’ 등을 필두로 무수히 많은 작품에서 연기에 올인했던 견미리의 커다란 변신에 음악시장과 대중은 사뭇 궁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태진아는 특히 13여년전 탤런트 김자옥을 가수로 변신시켜 ‘공주는 외로워’라는 히트곡을 배출하는 등 제작하는 음반마다 꼭 성공을 자아냈던 유별난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가 견미리를 둘러싼 뭔가를 보긴 봤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생각이다. 두 사람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견미리(이하 견)의 음반 인터뷰에는 태진아(이하 태)가 직접 동행했다. 다소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들인 이루의 데뷔 때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었던 태진아였다. 현재 일본 진출건으로 한참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태진아였다.

　“하하. 우리 신인가수 견미리씨입니다.”(태) “반갑습니다. 신인가수 견미리라고 합니다. 호호.”(견)

　시종 밝은 미소를 머금었던 두 사람에 따르면 서로의 인연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견미리는 태진아에게 ‘아저씨’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17년전 첫만남 때도 태진아를 ‘아저씨’라고 불렀다.

　“제가 MBC 공채 17기 탤런트를 시작했을 무렵 ‘아저씨’는 유명한 가수왕이었죠. 감히 ‘오빠’라 부를 수도 없고 ‘선생님’이라 하기에는 너무 거리감이 있어보였고요. 어느 행사장에서 만나게 되면서 인사를 드려야겠다 싶어 그 전날 좋은 옷을 사 입었죠. 인사를 하면서 그때 ‘아저씨’라고 불렀고요. 행사가 끝난 후 아저씨가 와서 그날 받은 행사비를 봉투째 제게 내밀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옷 사입고 예쁘게 다니라’는 말과 함께요.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몰라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선계약금 같기도 하고….”(견)

　“그때 날 ‘아저씨’라 부르는 게 신기하더라고. 또 나 때문에 좋은 옷을 입고 왔다해서 진짜 조카처럼 느껴지더라니까.”(태)

　10여년전 견미리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우연찮게 본 태진아는 그때부터 “음반을 내자”며 견미리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견미리는 “만날 때마다 ‘노래 다 나와있다’ ‘음반 언제 내지?’라는 말을 매번 꺼냈다”면서 “어느 방송 중에서는 ‘조만간 음반 나온다’고 터뜨리기도 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정상급 연기자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견미리는 남다른 인연을 바탕으로 줄곧 태진아 측과 왕래를 이어갔다. 태진아의 뮤직비디오는 물론 아들 이루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배우로 나섰다.

　“어느날 잠시 나오라더군요. 그리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맘껏 불러보라 했어요. ‘내하나의 사람은 가고’ ‘몰래한 사랑’ 등 좋아하는 곡을 불렀더니 종이에 뭔가를 적고 그걸 호주머니 속에 쏙 넣어 가더라고요.”(견)

　태진아는 곧바로 해당 노래를 견미리에 맞게 편곡작업을 의뢰했고, 일본 진출차 머문 현지에서 견미리에게 맞는 노래 가사를 써왔다.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또 잠시 오라하더군요. 이번에는 스튜디오였는데 갔더니 세상에 각종 세션을 모조리 다 불러놓고, 곧바로 녹음을 진행해버리더라고요. 그 많은 스태프들에게 미리 돈도 다 지불해놓았고. 뭐 방법이 있나요. 호호.”(견)

　견미리는 “사실 가요계 대가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웠다”면서 “음반제작 과정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 줄 몰랐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또 “본인 스스로가 바쁠텐데 몇 시간 자지도 않고 음반 하나하나를 완성해가는 모습을 보고 가수는 엄청난 의욕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무래도 부담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연기자 데뷔 때보다도 더 떨린다”는 그는 “노래가 ‘행복한 여자’인데 정작 나는 밤잠을 못자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고백하면서 “가족들도 걱정하고 있는데 ‘그냥 편히 있는 대로 하라’는 아저씨의 말이 그래서 조금은 얄밉기도 하다”고 활짝 웃었다. 곁에 있던 태진아는 “어허, 21세기는 만능 엔터테이너 시대라니까”라며 또 한 마디를 거든다.

　견미리의 데뷔 앨범에는 데뷔곡이자 경쾌한 분위기를 지닌 어덜트 가요 신곡 ‘행복한 여자’를 비롯해 ‘사랑밖에 난 몰라’ ‘얄미운 사람’ 등의 애창곡이 리메이크돼 실렸다. 노래 실력은 결코 보통이 아니다. 감정을 담아 노래를 표현하는 능력은 기존 가수를 이미 능가하고 있어보인다. 노래를 태진아가 본 ‘어떤 것’이 음반에서도 조심스럽게 전해진다할까.

　“나 사실 설렁설렁하는 사람도 아니고, 망할 음반 만드는 사람도 아니야. 10년간 준비하고 생각해둔게 있지. 한번 보라고. 그래도 명색이 ‘미다스의 손’인데. 내가 딱 본게 있다니까. 견미리는 25년간 연기를 한 사람이야. 무대 위에서 그냥 해도 남들과는 다르지. 견미리한테는 큰 게 있다니까. 무대를 보면 더 묘할 걸. 어떻게 터질지 주목해야해. 그때가서 놀라지 말라고…. 하하.”(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