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서는 짐승의 털로 만든 모필이 발달하기 전에 칡을 묶어 만든 붓으로 쓴 글·그림을 말한다. 고대 신관들이 국가의 길흉화복에 관한 점을 친 뒤 점괘를 칡서로 기록했다. 영험한 힘과 기의 흐름을 담은 데 따라 '기서예'(氣書藝)라고 한다. 

칡서는 세 종류로 나뉜다. 글을 위주로 그림의 형태를 표현한 '서화체', 그림 속에 그림을 표현하는 기법인 '화서체', 그림 속 그림을 나타내는 '회화체'이다. 모필에 밀려 칡붓이 사라지면서 칡서의 맥도 끊겼다. 

숱한 칡뿌리로 된 칡붓은 1개를 만드는 데 5~6개월이 걸린다. 칡의 결을 살리기 위해 물에 불리고, 살살 두드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먹은 수백년 산 소나무를 구운 참숯으로 만들고, 종이도 두꺼운 창호지여야 한다.

안중선 동양칡서연구소장은 "칡서에 우주와 오행의 기를 담는다"면서 "지구에 달의 기운이 충만한 밤 11시부터 새벽 1시에 알몸으로 그린다"고 했다. 

"자연으로 돌아가 한 번의 끊김 없이 일필휘지로 쓴다"면서 "2m짜리를 그리는 데 5~8초가 걸린다"고 소개했다. 안 소장의 칡서는 서울 종로3가 사무실을 비롯해 인사동과 통의동, 광주 충장로 전시실에서 상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