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들이 비장한 각오로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골키퍼 이운재(수원)와 공격수 이동국(전북)이 2010 남아공월드컵 우루과이와 16강전 히든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단판승부라는 큰 경기의 특수성이 이들의 경험이 필요하다.

이운재와 이동국은 쉬면서 체력을 비축해와 조별예선에서 체력이 소진된 대
표팀 주전들을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 또 상대에게 노출이 덜 돼 있어 우루과이의 분석을 무력화할 수 있는 비밀병기가 될 수도 있다.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대표팀은 16강전을 대비해 첫 승부차기 훈련을 했다. 

16강전부터 전·후반 90분간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전·후반 15분씩 연장전을 치른 뒤 승부차기로 상위 진출팀을 가린다.

나이지리전을 마치고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로 다시 복귀한 대표팀 24일 새벽(한국시간)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에서 스트레칭 등으로 가벼운 회복훈련을 하면서 마지막에 승부차기 연습을 했다.

대표팀이 지난 달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소집훈련을 시작한 뒤 오스트리아 전훈을 거쳐 남아공에서 대회를 치르면서 승부차기 훈련을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우루과이와 8강 진출을 놓고 '운명의 일전'을 벌이는 대표팀으로선 상대적으로 객관적 전력에서 다소 뒤지는 만큼 최후의 카드로 승부차기까지 내다봐야 한다.

허정무 감독은 승부차기 훈련에서 주전 골키퍼로 자리를 굳힌 정성룡 대신 기존의 수문장이었던 베테랑 이운재에게 골문을 지키게 했다.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 동점이 유지된다면 막판에 이운재를 '필승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미리 보여준 것이다.

허 감독은 "경기하다 보면 승부차기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허 감독의 의중을 꾀듯 이운재는 박주영·염기훈·기성용의 슛을 차례로 막아 '룰렛 승부사'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동국의 출격도 예상된다. 

우루과이 타바레스 감독이 "한국은 확고한 공견 패턴을 몇 가지 갖고 있다"며 분석을 마친 듯 미소짓는 상황에서 상대를 현혹시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별리그에서 가장 많이 뛰면서 다소 지친 염기훈의 대타로 이동국이 떠오르는 이유다. 12년을 별러왔던 월드컵의 한이 있는 이동국의 승부욕과 풍부한 국제경기 경험은 대표팀의 자산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