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국내 뮤지션들로부터 추앙받고 있는 록그룹 들국화가 14년여 만에 재결성 된다.

들국화는 오는 21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 칼라스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결성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인권(보컬), 최성원(베이스), 주찬권(드럼) 등 원년 멤버 3명이 참석한다. 1집에서 작업을 도왔던 기타리스트 조덕환은 개별 솔로 활동 중이어서 팀에 합류하지 않는다. 건반을 쳤던 허성욱은 97년 세상을 떠났다.

들국화의 재결성은 뜻밖이다. 가요계에는 2006년 이후 활동을 중단한 전인권이 올해 하반기쯤 솔로로 컴백할 것이라는 기대감만 무성했다.

들국화의 재결성을 추진한 휴먼엔터테인먼트는 “건강이 차츰 회복된 전인권씨가 먼저 들국화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며 “최성원씨, 주찬권씨도 흔쾌히 재결합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휴먼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신해철과 밴드 넥스트의 소속사이기도 하다.

휴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7월7일 대구에서 들국화 재결성 기념 공연을 마련 중”이라며 “당초 6월 유명 록페스티벌에 참가하려 했지만 그때까지 온전한 준비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판단해 한달 후로 공식 활동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들국화의 재결성 앨범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재결합 후 자연스럽게 앨범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1983년 전인권, 주찬권, 최성원, 허성욱으로 구성돼 결성된 들국화는 기타리스트 조덕환과 함께 85년 첫 앨범을 내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화제의 1집에는 ‘행진’ ‘축복합니다’ ‘매일 그대와’ ‘세계로 가는 기차’ ‘그것만이 내 세상’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사랑일 뿐이야’ 등 지금까지 불러지는 명곡이 빼곡하게 실렸다. 이 앨범은 이후 전문가들이 뽑은 ‘한국 100대 명반’에서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들국화는 두 번째 앨범을 낸 뒤 89년 멤버들의 이견으로 돌연 해체했다. 97년 허성욱의 사망을 계기로 다시 뭉쳐 98년 한차례 재결성 공연을 가졌지만 잠시 뿐이었다.

록그룹 들국화가 국내 음악계에 끼친 영향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국산 록음악을 등한시하던 젊은 계층이 우리 록에 관심을 둔 중요한 계기였다. 1980년대 억눌렸던 청춘의 감정들이 언더그라운드에서 응축되고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들국화를 계기로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출신 가수들이 대중들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한편 들국화의 음악을 듣고 자랐던 국카스텐, MOT, 허클베리핀 등의 후배 밴드들은 지난해 들국화 1집 발매 25주년을 기념해 자발적으로 리메이크 앨범을 내고 들국화의 음악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