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9·한화)가 국내 데뷔 이후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박찬호는 17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거둬들였다.

한국에 와서 이렇게 잘 던진 적이 없었다.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가장 적은 점수를 내줬다.

7회까지 94개를 던진 박찬호는 6안타 1볼넷으로 1점을 주고 삼진 5개를 잡았다.

1회 첫 타자 정수빈에게 우중간 2루타를 내준 뒤 2번 오재원과 3번 김현수를 차근차근 땅볼 처리하며 정수빈에게 홈을 내줬지만, 이후로는 단 1점도 더 주지 않고 7회까지 직접 막았다.

삼자범퇴로 끝낸 2회와 7회를 제외하면 매회 주자를 내보냈다. 그러나 변화구로 맞혀잡으며 잘 넘겼다.

특히 77개를 던진 채 등판한 7회말에는 8구까지 질긴 승부를 벌인 이성열을 삼진으로 잡고 윤석민을 2루땅볼로 맞혀잡은 뒤 7번 양의지를 몸쪽으로 밀어붙인 끝에 시속 143㎞ 짜리 투심을 몸쪽 낮게 꽂아 삼진으로 끝냈다.

삼진을 잡은 뒤 박찬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박찬호가 지금까지 가장 잘 던진 경기는 데뷔전이었다. 4월12일 청주 두산전에서 6.1이닝 4안타 5삼진 2실점으로 기다려왔던 팬들을 열광시키며 단번에 첫승을 따냈다. 그 다음 등판에서도 승리는 못 땄지만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타선 지원을 못 받거나 야수진 실책이 나오는 등 불운이 겹쳐 승수를 쌓지 못했지만 무난하게 던졌다. 팀이 연패 중일 때마다 등판해 이길 수 있도록 발판을 놨다. 박찬호가 등판하면 한화가 연패를 끊는 ‘박찬호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5월 들어 조금씩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바로 지난 등판이었던 11일 청주 롯데전에서는 4이닝 6실점(5자책)으로 최악의 경기를 했다. 이날(17일)은 6일 만의 등판이었다.

15일 실책으로 역전패 당했던 충격에서 16일 천신만고 끝에 살아난 한화는 이날 연승을 거두면 분위기를 탈 수 있었다. 또 한번 박찬호의 책임이 무거운 경기였다.

결국 베테랑 박찬호는 결정적일 때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한 달 만에 2승째를 따냈다. 더불어 한화의 연승을 이끌어 팀 분위기를 완전히 살려놨다.

“준비를 많이 했어요. 어제 (양)훈이 던지는 것을 보며 공부가 됐습니다. 포수 (정)범모가 잘 리드해줬고…. 타선이 초반에 3점 뺏어줘 여유있게 던질 수 있었습니다.”

박찬호는 “초반에 직구 제구가 잘 안 됐지만 오히려 5~6회에 더 잘 됐다”며 “오늘은 오른손 타자 몸쪽을 노린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