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못한 활약이었다.

LG 정재복이 17일 문학 SK전에서 6.2이닝동안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는 호투를 펼쳤다. 아웃카운트 7개만 추가하면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사실 김기태 감독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임찬규를 1군 엔트리에 올렸다. 정재복이 일찍 무너질 경우 롱릴리프로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불펜 투수는 유원상과 봉중근 2명이면 충분했다.

볼넷은 1회 1사후 박재홍, 6회 선두타자 김강민에게 내준 것이 다였다. 삼진은 단 두차례였고 나머지 타자들을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8㎞로 볼이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대신 슬라이더, 포크볼 등의 변화구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재복은 두 타자를 손쉽게 잡아냈다. 이대로 완투하면 노히트노런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때 포수 김태군과 차명석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투수교체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재복은 아쉬웠던지 교체 의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점수는 3회 오지환의 솔로 홈런으로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상황이었다. 이내 수긍한 정재복은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보이며 환호성에 화답했다.

이날 정재복이 소화한 투구수는 단 79개. 100개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와 아쉬울 법했다.

그 이유는 수술 경력 때문이었다. 1999년 LG 유니폼을 입은 정재복은 ‘마당쇠’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혹사에 가깝게 등판했다. 그 결과는 팔꿈치 부상으로 이어졌다. 결국 2010년 11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끝내고 복귀하긴 했지만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마운드에서 내린 것이다.

불펜의 무실점으로 정재복은 승리 투수가 됐다. 2010년 7월 15일 잠실 KIA전 이후 673일만의 승리다. 선발승은 2009년 5월 9일 대구 삼성전 이후 1104일만이다.

정재복은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7회 교체 상황이 아쉽기는 했다. 그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뒤에 불펜 투수들을 믿고 편하게 내려왔다”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한 “믿고 내보내주신 감독과 코치님들이 너무 고맙다. 앞으로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