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놓고도 또다른 사랑을 꿈꿀까. 어쩌면 연극무대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국립극장이 마련한 젊은 연출가 시리즈의 하나인 성기웅 연출의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9일~24일, 국립극단 소극장 판)와 연극열전 시리즈로 선보이는 연극 <The Lover>(28일~8월 1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는 사랑 때문에 열병을 앓는 남녀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해부한다.

<다정도 병인 양하여>의 젊은 연출가 성기웅은 <삼등병>, <소설가 구보씨의 1일>, <해님 지고 달님 안고>, <서울노트> 등으로 잘 알려진 극작가이자 연출가다. 고려 후기 문신 이조년의 시조 ‘다정가’의 ‘다정(多情)도 병(炳)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에서 제목을 차용한 이 작품은 ‘다정’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나’의 이야기다. 다정이는 여러 남자와 동시에 연애를 즐기는 다중연애주의자다. 평소 1 대 1의 연애에 회의를 품고 있던 나는 다정의 세 번째 연인이 되어 짜릿하면서도 특별한 연애를 즐긴다. 그러나 다정의 불안정하고 비논리적인 연애행각에 나는 점차 혼란을 느낀다. 결국 나는 다정의 첫 번째 애인 혹은 유일한 애인이 되기를 희망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평소 문학적 감수성과 언어적 상상력을 추구해온 성기웅은 이러한 물음을 통해 인간이 갖고 있는 양면성을 파헤친다. 이야기의 흐름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극 형식을 벗어나 독립된 서사를 가진 에피소드의 나열로 관객에게 성찰과 비판의 시간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1688-5966

<The Lover>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며 금세기 최고의 작가라 불리는 헤롤드 핀터의 대표작이다. 부조리극의 대가로 불리는 핀터의 작품 중 가장 섹슈얼하고 대중적인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1974년에 <티타임의 정사>로 초연됐다. 이후 단순히 자극적인 포로노그래피로 접근한 아류작들 때문에 작품이 갖는 본질적 의미가 퇴색되기도 했다.

출근하는 남편 리처드는 “당신 애인 오늘 오나?”라고 묻고, 아내 사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세 시에 오기로 했다”고 대답하면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관객에게 터질 듯한 긴장감과 애잔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작품. 치정으로 얽힌 이중생활에 빠져있는 평범한 중산층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남녀의 차이, 관계의 공허함을 이야기한다. <갈매기>, <레드> 등의 오경택이 연출을,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캔>과 연극 <됴화만발>의 정승호가 무대 디자이너를 맡았다. 배우 송영창과 이승비가 섹슈얼한 김장감이 넘치는 무대를 선사한다.(02)766-6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