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35·박재상)가 최근 미국 언론들이 제기한 ‘반미 랩 논란’에 공식 해명과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국내 팬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소신을 지키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언론은 지난 7일(현지 시간) “싸이가 2002년 주한미군 반대 집회에 참여해 반미 퍼포먼스를 했으며, 2004년에는 ‘이라크인을 고문하고 죽이는 미군과 그 가족을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이자’고 선동하는 랩을 했다”고 보도했다. 연예 전문 매체 ‘미디어아이트’를 인용한 기사는 순식간에 주요 신문·방송의 인터넷판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싸이를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백악관 이벤트에 초청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으며, 삭제되기 전까지 500여명이 서명했다.

뜻하지 않은 역풍에 싸이는 9일(한국시간)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국문과 영문으로 된 ‘싸이 반미 무대 관련 공식입장’이란 자료를 내고 해명했다.

싸이는 이 글에서 “8년 전 제가 공연한 곡은 전 세계 사람들이 그 당시 공감하고 있었던 반전 시위의 일부로 이라크 전쟁 당시 포로가 되어 희생당했던 무고한 시민들 및 장갑차 사건으로 숨진 2명의 한국 여학생에 대한 깊은 애도 표출의 일부였습니다. 저는 각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어떠한 단어가 적절한 지에 대한 제한이 있음을 배웠으며 노래의 가사가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느꼈습니다. 제가 사용했던 과도한 단어들로 인해 받은 상처에 대해서 저는 영원히 죄송할 것입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저는 미군들을 위해 공연한 제이 레노쇼를 포함하여 최근 미군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이었고 모든 미국인들이 제 사과를 받아들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던 단어들이 부적절했음에 대해서 깊게 후회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싸이의 공식해명 및 사과에 국내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2002년 장갑차 퍼포먼스는 여중생 사망이 한국인의 분노를 불렀던 사건이었고, 그에 관련된 미군 범죄에 대한 분노였다. 후회하고 사과를 받아주길 바란다니…”라며 분개했다. 또 다른 팬들도 “소신을 잃으면 안 돼요” “뭘 사과해야 하나. 애매한 발언이 화나게 한다” “이건 아닌 듯” “부적절한 표현은 사과하고 그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한 사과는 받지 않나?” 등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반면 “사과하는 과정이 조금 미흡했지만 그래도 그 뜻을 전달하기 위한 사과 아닐까” 등 싸이의 입장을 옹호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싸이의 발빠른 해명과 사과에 미국 현지의 반응은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싸이는 9일 예정대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 자선공연 무대에 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