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제가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강심장이요? 그건 제가 열심히 훈련했을 때 그런 거고….”

생기발랄했다. 20개월 공백 이후 고심 끝에 돌아와 4년 만에 다시 맛본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압도적인 성적으로 다시 한번 세계정상에 선 김연아(23)의 가슴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김연아는 18일 캐나다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2013 피겨세계선수권대회 갈라쇼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꾸밈없는 표정과 솔직한 말로 그간 심경을 밝혔다. 우승 후라 그런지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고 목소리도 경쾌했다. 인터뷰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했다.

-쇼트프로그램 롱에지 판정은 어땠나.

“전에도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솔직히 짜증은 나지만 너무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기록 스포츠가 아니어서 개개인의 차이도 있고 심판마다 차이도 있기 때문에…. 점수가 그렇게 나온 것을 바꿀 수는 없는 거니까 그때는 무시하는 쪽이었습니다. 프리를 잘하자고 생각했어요.”

-예전과는 달리 시상식 때 여유가 느껴졌다.

“우선 연습 때 클린이 많이 나와서 오히려 실전에서 안 나오면 진짜 억울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부담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시상식 때) 울먹이지 않았는데 울먹였다고 하던데요…. 그냥 화장이 번졌나 확인한 것이었는데….”

-타고난 재능과 노력 중 노력이 얼마나 차지하는 것 같은가.

“반반인 것 같아요. 타고난 것 반, 노력 반. 타고난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솔직히 주변을 보면 ‘아, 내가 타고났나 보다’하고 생각해요. 저는 타고난 것을 뒷받침하려고 노력합니다.”

-강심장인 것 같은데….

“상황에 따라 다른데, 컨디션이 안 좋거나 준비가 덜 됐다 싶으면 걱정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제 자신이 준비가 되지 않은 걸 아니까 불안하고 긴장도 되고, 그러면 그게 시합 때 바로 나오는 것 같아요.”

-훈련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살을 뺀 게 아닌데 그냥 빠지던데요. 청소년기에는 풀,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스타일이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살이 빠지더군요. 살이 빠지면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찌우려고 먹고 그랬어요.”

-아사다 마오와 비교되는 게 불편한가.

“특히 마오 선수랑 주니어 때부터 비교당하고 있고 지금까지도…. 저뿐만 아니라 마오 선수도 짜증날 것 같아요. 그렇게 주변에서 얘기를 하다 보면 아무리 신경쓰지 않으려고 해도 신경이 쓰이죠.”

-밴쿠버 때 기록한 최고점수를 넘겠다는 욕심은 있나.

“그걸 넘으려면 잘해야 하니까…. (이번에도) 100%했는데 못 넘었잖아요. 점수는 솔직히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대회·규모·심판마다 다르기 때문에…. 순위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후배들의 티켓을 땄는데?

“올림픽이 흔치 않기 때문에 잘하든 못 하든 경험했다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고 개인적으로도 좋은 추억이 됩니다. 2장을 더 따, 누가 됐든 간에 그런 기회를 줄 수 있게 돼 기분이 좋습니다.”

-향후 일정은.

“10월 중순부터 그랑프리 시리즈 나가고…. 잘되면 파이널 나가고 그 다음은 올림픽이죠.”

인터뷰를 마친 김연아는 이어진 갈라쇼에서 ‘올 오브 미(All of Me)’로 2013 세계피겨선수권대회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지난해 5월과 8월 두 차례 아이스쇼에서 선보인 적 있는 마이클 부브레의 ‘올 오브 미’의 흥겨운 선율에 맞춰 경쾌한 동작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블랙 수트에 중절모, 검은색 넥타이를 맨 남장 여인으로 변신한 김연아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열연해 관중들의 열띤 박수를 받았다.

김연아는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