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죄를 구하는 일도, 그 뒤의 행보도 힘겹기만 하다.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기성용(24·선덜랜드)이 과거의 잘못으로 가시밭길을 앞두고 있다.

첫 단추부터 꼬였다. 애초 기성용은 귀국하자마자 전주로 내려갈 계획이었다. 3개월 전 자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난한 최강희 전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사죄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진심어린 사과가 없다면 영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단단히 벼른 대표팀 홍명보 감독(44)도 전주로 동행할 뜻을 보여 일은 비교적 쉽게 정리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의 거부 아닌 거부가 변수가 됐다. “사과를 하겠다면 내가 아니라 이번 일로 실망했을 축구팬들에게 하는 게 맞다”고 선을 그은 최 감독은 기자회견 등 언론을 통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홍 감독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 기성용의 사과 계획에 또다시 혼선이 생겼다. 언론을 통해서는 ‘진정성’을 증명하는 게 쉽지 않고, 과거 에이전트를 통해 발표한 사과문과 크게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이다. 단순한 요식행위로 비쳐질 수도 있다.

홍 감독도 “사과한다고 모든 분들이 다 기성용을 이해하고 용서하진 않을 것이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다시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결국 기성용의 진정성은 자신의 행동 전부로 입증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귀국길부터 가시밭길의 시작이다. 부인 한혜진과 동반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성용은 과거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정확히 언급하는 한편 정중히 사과의 뜻을 전해야하는 ‘이중고’를 극복해야 한다. 홍 감독은 기성용이 8일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의 잘못을 청산하길 바라고 있다.

단순히 잘못을 인정한다고 사태가 끝나는 게 아니다. 기성용은 진정성을 증명하는 한편 자신이 왜 한국 축구에 필요한 인물인지를 입증해야 한다. 상대는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삼바군단’ 브라질이다. 네이마르 등 정예 멤버를 총동원한 브라질이란 벽을 상대로 그의 진가를 보여주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브라질과의 A매치에서 기성용에게 야유를 보내겠다는 일부 팬들도 있어 내우외환이 따로 없다.

결국 그가 자초한 가시밭길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에 따라 향후 그의 대표팀 입지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