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뽑힐 줄이야….”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수비수의 입에선 “설렌다”는 말부터 흘러 나왔다. 독일과 스코틀랜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차두리(34·서울)도 꿈의 무대인 월드컵 앞에선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듯 했다.

차두리는 19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나도 몰랐던 깜짝 발탁”이라고 말했다. 차두리의 표현 그대로였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5)은 이날 3월 6일 그리스 원정 평가전 소집 명단을 발표하면서 차두리를 전격 발탁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소집 10일 전 소속팀에 소집 공문을 보낸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대표팀 소집이 3월 1일”이라며 “오늘이 10일 전이라 (차)두리도 모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1년 11월 15일 레바논과의 월드컵 3차예선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슴팍에 단 태극마크. 차두리는 “이 나이에 대표팀에 뽑히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면서 “서울에서 열심히 뛴 게 좋은 결과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옆에서 “얘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지난해 독일 분데스리가를 떠나 서울 유니폼을 입은 차두리는 나이를 잊은 맹활약으로 호평을 받았다. 차두리는 30경기에서 3도움을 올리며 서울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도왔다. 타고난 체구에 경험을 더하면서 홍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차두리는 대표팀에 부족한 경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도 꼽힌다. 애초 박지성(33·PSV에인트호번)이 생애 4번째 월드컵을 뛰는 게 홍 감독이 바라는 시나리오였지만, 차두리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두리는 2002 한·일월드컵과 2010 남아공월드컵 등을 뛰었고, 다양한 국제 무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기성용(선덜랜드) 등 대표팀 주축 선수들과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것도 강점이다. 차두리도 “경험있는 선수가 대표팀에 있는 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반겼다. 다만 차두리는 자신의 역할이 단순히 경험이 풍부한 선수로만 여겨지는 것을 경계했다.

“대표팀에 선수로 뽑힌 것이지 나이 먹어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차두리는 대표팀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이용(울산)과 황석호(히로시마) 등 후배들과의 포지션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25일 센트럴코스트(호주)와의 2014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이 그리스 원정의 리허설이다.

차두리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장 안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베테랑을 떠나 대표팀에서 가장 필요한 선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