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이 17일 2014년 22개 팀(1부 12개·2부 10개) 선수 현황과 연봉을 공개하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첫 공개 때 국내 선수로 한정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외국인 선수까지 그 범위를 넓혔기 때문이다.
■연봉 공개 시즌2, 달라진 것은?
연맹 발표에 따르면 1부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서 뛰는 국내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1억6300만원(군팀 상주 상무 제외)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선수 평균 연봉은 국내 선수의 3배를 넘는 4억9400만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를 합한 평균 연봉은 1억9300만원이다. 지난해 발표된 1부리그 국내 선수 평균 연봉은 올해보다 1700만원 적은 1억4600만원이었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강원과 대구·대전 등 시·도민구단 3팀이 2부리그로 강등돼 착시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각 팀들의 국내 선수 평균 연봉은 지난해와 비교해 대부분 줄었다.
이번 발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연봉 공개 후폭풍’ 현상이다. 구단별 평균 연봉액 1위가 수원(2억 9000만원)에서 전북(3억 3700만원)으로 바뀌었다. K리그 최고의 빅클럽으로 손꼽혔던 수원의 예산이 지난해 연봉 공개 이후 50억~70억원 삭감된 탓이다. 수원은 예산이 줄어들면서 라돈치치와 스테보 등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내보내야 했다. 국내 선수 일부는 예정보다 빨리 군 입대에 나서야 했다.
서울(2억1400만원)은 연봉 공개 범위가 외국인 선수까지 넓혀지면서 순위가 지난해 5위에서 올해 3위로 껑충 뛰었다. 서울 골잡이 몰리나는 13억2400만원으로 국내외 선수 통틀어 연봉킹으로 뛰어올랐다. 올해 서울을 떠난 데얀과 하대성의 몸값까지 합쳤다면 2위까지 오를 수도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데얀은 K리그에서 3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최고의 외국인 선수였다.
반대로 쇄국축구로 유명한 포항(1억9800만원)은 연봉 공개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득을 봤다. 국내 선수만 따지면 3위에 해당하지만,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하면 5위로 내려간다. 지난해 순위는 4위였다. 지난해 정규리그와 FA컵 2관왕을 달성해 연봉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노병준·박성호·황진성 등 자유계약선수(FA)들과 결별해 선수단 전체 연봉을 지난해 수준으로 묶을 수 있었다.
■K리그 몸값 위험 수준이 맞나?
이번 연봉 공개는 예상 밖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연맹은 연봉을 공개하면서 재정 건정성 회복을 이유로 들었으나 실제 드러난 연봉 수준이 위험 수준으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서 구단별 연봉 1위를 찍은 전북의 총 인건비는 118억원이다.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전북의 예산 규모가 250억~300억원 수준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예산 대비 인건비가 40% 수준에 불과하다. 선수 영입에 쓴 이적료를 포함해도 60%를 넘지 않는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인건비 비중이 70%가 넘을 때가 위험 수준이다. 딜로이트가 뽑은 이상적인 모델인 독일 분데스리가는 2012년 43.1%였다. K리그의 투자 대비 인건비 수준은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연맹의 생각은 달랐다. K리그의 투자 수준에 비해 인건비는 적정한 수준일 수 있지만 수입과 비교해서는 지나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분데스리가의 수입에서 관중 수익이 21~22%인 것과 달리 K리그는 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시장에서 거품 빼기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전북·수원·서울·포항 등 빅클럽들의 인건비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연맹의 이번 발표가 정규리그 38경기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빅클럽들은 기본급 외에 출전 수당과 승리 수당 등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고 해도 6경기, 그 이상으로 올라갈수록 금액은 늘어나게 된다. 연맹은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각 구단 별로 옵션이 달라 통계를 내기 어려웠다”며 “인건비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