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장타력’을 보유했던 팀은 1999년 한화였다. 한화는 그해 팀 장타율 0.484를 기록했다. 당시 로마이어(45개), 데이비스(30개), 장종훈(27개), 송지만(22개) 등이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이뤘다.

2014시즌 가장 강한 타선을 갖춘 넥센이 1999년 한화를 뛰어넘는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넥센은 21일 현재 팀 장타율 0.491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순장타율(ISO)이 0.206이라는 점에서 팀 타선 전체가 ‘거포’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1999년 한화의 팀 ISO는 0.201이었다.

넥센의 장타력은 지난 시즌에도 강했지만 올 시즌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21일 현재 장타율 0.500을 넘기는 선수가 5명이다. 그 중 이택근(0.696), 유한준(0.667), 김민성(0.607)은 0.600을 넘긴다.

장타력 상승의 비밀은 ‘물리학’에 있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타구 스피드 강화’에 초점을 맞혔다. 빠른 타구를 때릴수록 안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해 목표를 세웠다. 물리학 법칙은 단순하다. 운동에너지를 계산하는 공식은 질량에 속도의 제곱을 곱한 뒤 이를 2로 나누는 것이다. 즉, 타구의 운동에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질량과 속도를 높여야 한다. 스윙 스피드를 높이거나, 공에 힘을 전달하는 방망이의 무게를 높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열쇠는 근력이었다. 넥센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는 “무거운 방망이를 변함없는 스윙 스피드로 휘두를 수 있도록 몇몇 선수들이 체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유한준이다.

유한준은 시즌을 앞두고 두 달여 동안 몸무게를 10㎏ 늘렸다. 이 코치의 ‘체중 증가용 식단’과 함께 했다. 유한준은 “눈 뜨자마자 고구마와 닭가슴살을 먹었다. 2~3시간 간격으로 하루 종일 목 밑까지 꽉 찰 정도로 먹었다”고 했다. 중간중간에는 ‘간식’으로 견과류를 먹어야 했다. 일반식사는 저녁 한 끼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자기 전에도 고구마와 닭가슴살을 채워넣고 자야 했다. 운동하고, 먹고, 운동하고, 먹는 스케줄이 이어졌다. 유한준은 “두달 반 동안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체중 증가에 맞춰 방망이 무게를 20g 정도 늘릴 수 있었다. 타구의 질이 달라졌다. 장타율을 끌어올린 유한준은 16타점으로 이 부문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유한준은 “데뷔 10년차에 외국인 타자들이 들어왔다. 승부를 걸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망주 내야수 임병욱, 김하성과 투수 하영민 등도 ‘체중 증가 식단’에 동참했다. 다들 7~10㎏씩 몸무게를 늘렸다. 이미 파워 트레이닝의 효과를 본 김민성 등도 올 시즌 활약이 꾸준하다.

넥센이 물리학과 고구마, 닭가슴살로 프로야구 역대 최고 장타력에 도전한다. 그 도전의 성공 여부는 ‘발야구’에 집중하는 한국 야구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 넥센의 도전은 그래서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