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적으로 타고난 궁사다.”

겁없는 10대 신궁을 가르치는 스승은 제자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코오롱 양궁단 서오석 감독은 19일 이승윤(19·코오롱)이 양궁 월드컵에서 2관왕에 오른 뒤 “힘과 기술이 나무랄 데 없이 탁월하고, 무엇보다 배짱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 남자 양궁의 대들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윤은 이날 콜롬비아 메데린에서 열린 세계양궁연맹(WA) 2차 월드컵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오진혁(33·현대제철)을 세트 점수 6-0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양궁 개인전 세트제는 각 세트를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받아 6점 이상을 먼저 내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그가 꺾은 오진혁은 한국을 넘어 현역 세계 최고의 실력자로 꼽히는 궁사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개인전 정상에 오른 뒤 세계 무대를 평정하며 적수가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승윤은 그런 오진혁을 지난 6개월 동안 세계 무대 결승에서 2번 붙어 모두 이겼다. 지난해 고교생 궁사 돌풍을 일으키며 대표팀에 선발된 그는 11월 터키 안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승승장구해 결승에 올라 오진혁을 7-3으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당시 깜짝 금메달로 주목을 받았던 이승윤은 이번 대회에서는 단체전과 개인전을 함께 석권하며 한국 양궁을 이끌 ‘차세대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승윤은 아직 10대지만 최고 궁사의 자질을 두루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오석 감독은 “일단 힘이 또래보다 월등히 좋다. 팔도 길고 가슴도 넓어 더 많이 활을 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바람에도 아주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슈팅 감각과 기술적인 부분도 문제 없다”면서 “집중력이 다른 선수보다 월등히 강하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이승윤의 흔들림 없는 멘털은 오진혁과의 결승전 3세트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두 세트를 먼저 따낸 뒤 맞은 3세트에서 오진혁이 3발로 29점을 따내며 쫓아오자 이승윤은 3발 모두 10점에 꽂아넣는 완벽한 슈팅으로 대선배를 울렸다.

이승윤의 승부사적 기질은 세트제에 더 적합하다. 콜롬비아 대회 현장에서 이승윤을 지켜본 윤병선 대한양궁협회 사무국장은 “나이답지 않게 승부 근성이 좋고 경기장에서 표정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잘 쏠 때나 실수할 때도 전혀 표시를 안 내는 포커 페이스”라면서 “경기 흐름과 현장 감각만 조금만 더 배우면 앞으로 대성할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양궁계에 확실한 강자로 자리잡은 이승윤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한국은 남자 개인부에서 이승윤이 금메달, 오진혁이 은메달을 딴 데 이어 김우진(22·청주시청)이 동메달을 따내며 개인전 메달을 싹쓸이했다.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는 정다소미(24·현대백화점)가 리사 언루(독일)에게 6-0의 완승을 거뒀다. 혼성 결승에선 오진혁-이특영(25·광주광역시청)이 비니시우스 달메이다-사라 니키틴(브라질)을 5-1로 제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