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영차, 얼음이 좀 무거운데요.”

2일 파주트레이닝센터 입구에선 배달 작전이 벌어졌다. 평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선수들 외에는 출입도 어려운 이 곳에 작은 트럭이 도착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트럭에서 내린 상인은 힘겨운 표정으로 30㎏짜리 얼음 부대들을 잔뜩 내려놓았다. 상인은 “사실 생선회에 까는 얼음인데, 오늘은 용도가 달라졌다.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된다니 나도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 얼음은 훈련으로 뜨거워진 선수들의 몸을 식히는 데 쓰였다. 파주트레이닝센터에도 얼음을 만드는 시설은 있다. 하지만 이날 첫 소집된 성인대표팀을 포함해 남·녀 아시안게임(AG) 축구대표팀까지 같은 시간대에 훈련하면서 외부 ‘수빙(氷)’이 불가피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에도 복작복작하지 않느냐”며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한 선수들만 59명(성인대표팀 22명·남 AG대표팀 20명·여 AG대표팀 17명)이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일”이라고 말했다.

파주트레이닝센터 곳곳이 훈련으로 시끌벅적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성인대표팀이 청룡구장에서 훈련에 바빴다면,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남자 AG대표팀은 백호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달 21일부터 훈련을 시작해 지칠 법도 했던 여자 AG 대표팀도 다시 활력을 찾았다.

평소보다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교통 정리도 필요했다. 한 차례 증측된 파주트레이닝센터는 객실수가 77개, 수용인원이 180명이다. 세 대표팀이 동시에 머물 공간은 충분하다. 훈련을 소화할 천연 잔디구장도 공급이 수요를 훨씬 웃돈다. 하지만 식당 등 다른 부대 시설이 부족한 게 문제다. 연령이 다르거나 훈련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도 없어 누군가는 파주트레이닝센터를 나가야 했다.

지금까지의 관례를 따지면 AG 대표팀이 밖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다. 오는 14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르는 남·녀 대표팀의 성공을 위해 성인대표팀이 고양시 일산의 한 호텔에서 머물기로 결정한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관례가 깨지면서 성인 이상으로 분류된 남·녀가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같이 머무는 사례도 됐다. 예전에는 통념상으로 집중이 안 된다는 지적에 꺼렸었다. 이번에는 남자가 3층, 여자가 4층을 쓰게 됐다”고 귀띔했다.

한국 축구의 파격적인 변화에 선수들도 고무된 눈치다. 특히 1년 전인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때 성인대표팀에 밀려 호텔을 전전했던 여자 AG 대표팀이 훈련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이날 첫 훈련을 마친 성인대표팀이 비와 땀으로 젖은 유니폼을 입은 채 파주트레이닝센터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 본 윤덕여 여자 AG 대표팀 감독은 “성인대표팀도 못 쓰는 숙소를 쓴다는 사실이 영광이다. 아시안게임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