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말레이시아에 2-0으로 앞선 후반 37분. 처진 스트라이커 김승대(23·포항)는 상대 수비진 시선이 동료에게 쏠리자 재빠르게 수비수 두 명을 제친 뒤 쐐기포를 터뜨렸다. 벤치에 앉아있던 이광종 감독(50)은 벌떡 일어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관중석에선 응원가 ‘젊은 그대’가 울려 퍼졌다.

28년 만의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4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3-0으로 이겼다. 가볍게 승점 3점을 챙긴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골득실(+3)까지 동률을 이루며 A조 공동 1위로 나섰다. 앞서 같은 장소에서 라오스와 맞붙은 사우디아라비아도 3-0 대승을 챙겼다.

한국 축구의 강점이 그대로 나타난 일전이었다.

경기 초반 말레이시아의 밀집 수비에 고전한 한국은 정교한 세트피스 한 방으로 물꼬를 텄다. 전반 26분 임창우(22·대전)가 안용우(23·전남)의 코너킥을 가볍게 머리로 방향만 바꾸면서 선제골을 넣었다. 지난 1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연습경기에서 2-1로 승리한 뒤 “진짜 준비한 세트피스는 따로 있다”고 장담한 게 빈말이 아니었다. 선제골이 터진 순간 관중들은 “4, 3, 2, 1 발사”라고 함께 외치며 파도타기 응원을 시작했다.

한국은 장신 골잡이 김신욱(26·울산)을 앞세운 고공 플레이까지 살아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김신욱을 의식해 1m92 장신 수비수를 붙인 말레이시아의 힘도 전반까지만 유효했다. 김신욱은 후반 33분 김승대와 2대1 패스로 수비를 벗겨낸 뒤 왼발슛으로 가볍게 추가골을 터뜨렸다. 기세를 탄 한국은 4분 뒤 김승대의 쐐기포로 낙승을 자축했다.

세골차 승리였지만 다소 기대에 못미친 조직력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볼 점유율(70%-30%)과 슈팅(13개-3개) 등에서 상대를 압도하고도 정작 골문 앞에서는 꽃다발을 엮지 못했다. 이광종 감독도 “대승했지만 100% 만족할 수는 없다”면서 “특히 전반전은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17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조 1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2차전을 치른다.

이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도 말레이시아처럼 수비에 이은 역습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밀집 수비를 효과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로렌조 안톨리네즈 레메살 감독은 “한국은 아주 강한 팀이며 아시아에서 매우 유명한 선수들이 뛰고 있다”면서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최고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와일드카드 없이 전원 23세 이하 선수로 팀을 꾸렸다.

여자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5-0으로 태국을 완파했다. 정설빈·유영아·정가을(이상 현대제철)·박희영(스포츠토토)·최유리(울산과학대)가 골을 넣었다. 대표팀은 17일 인도와 2차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