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쎈돌’이었다.

이세돌 9단이 금세기 최고의 ‘반상대결’에서 크게 웃었다. 28일 세계 바둑인의 눈과 귀는 중국의 충칭으로 쏠려 있다. ‘세기의 10번기’로 불리는 이세돌 9단 vs 구리 9단의 여덟번째 승부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Mlily 몽백합 이세돌-구리 10번기’의 제8국은 두 사람의 희비가 완전히 교차할 수 있는 운명의 한 판이기도 했다.

결과는 이9단의 쾌승이었다. 한국시간으로 오전 11시 이9단의 백번으로 시작된 이번 승부에서 이9단은 초반부터 착실히 실리를 챙긴 뒤 구리 9단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차단해 완승을 거뒀다.

5승2패로 이9단이 크게 앞선 가운데 맞은 대결인 까닭에 두 사람 모두 중반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잔잔하던 흐름은 90수를 넘기며 출렁이기 시작했다. 흑돌과 백돌이 얽히면서 곧 승부가 끝날 것 같은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세계 최강자들답게 교묘하게 타협하며 승부 호흡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곳 접전에서 이9단은 아주 조금이나마 이득을 봤고, 그것으로 승부는 끝났다. 이미 곳곳에서 알토란 같은 집을 차지한 이9단은 흑의 세력을 지우면서 승세를 다져갔다. 종반 들어 우하귀 쪽에서 대형 사활 공방전이 벌어지는 듯했으나 이9단이 바꿔치기로 되레 큰 이득을 보면서 승세를 완전히 굳혔다. 수순은 344수까지 가는 지루한 승부였으나 백2집반 승리는 변할 수 없는 승부였다.

이날 승리로 ‘세기의 10번기’는 8국에서 조기 마감된다. 그러면서 이9단은 승자에게만 주어지는 500만위안(약 8억4000만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단일 대회 상금으로는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특히 올해 들어 이미 3억여원의 상금을 벌어들인 이9단은 11억여원을 확보하면서, ‘돌부처’ 이창호 9단이 지난 2001년 세운 역대 최고상금 기록(10억2000만원)을 가뿐히 돌파했다.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 것.

이9단의 승리 소식에 국내 바둑팬들도 신바람이 났다. 경기도 안양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최만희씨는 “최근 몇 년 동안 한국바둑이 중국에 밀리는 듯해 기분이 그랬는데, 이9단이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해 줘 한국바둑의 자존심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