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렸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자신의 몸값을 평가받고 싶어한다. 구단들은 FA 몸값이 너무 높다고 아우성이다. 10개구단으로 운영되는 프로야구 특성상 ‘시장 가격’이 존재하기 어렵다. 공급의 숫자도, 수요의 숫자도 ‘시장’을 형성하기에는 작다.

시장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적정 가격을 따져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와 프로야구 제도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정은 가능하다.

KBO와 10개 구단은 지난해 이사회를 통해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인 30만달러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후 계약한 첫 외국인 선수는 한화의 앤드류 앨버스였다. 한화는 계약금 10만달러, 연봉 70만달러 등 80만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로부터 이적료가 50만달러였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KT는 최근 외국인 3루수로 앤디 마르테를 60만달러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뛴 적이 있고 FOX스포츠 해설을 하는 CJ 니코스키는 몸값이 100만달러 수준이라고 전했다. LG 재입단이 틀어진 투수 레다메스 리즈 역시 LG로부터 120만달러를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구단이 외국인 선수에게 쓸 수 있는 돈은 100만달러를 쉽게 넘는다. 우리 돈으로 치자면 10억원에 해당한다. 팀 전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연봉 10억원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올시즌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외국인 타자는 NC의 에릭 테임즈다. 득점생산(RC/27) 9.57을 기록했다. 넥센 강정호(10.89)에 이어 리그 2위다. FA 최대어로 꼽히는 최정은 부상으로 부진했던 올시즌을 빼면 앞선 4시즌에서 RC/27 평균 7.75를 기록했다. 올시즌 리그 전체 득점이 전년 대비 21% 상승했던 점을 고려하면 9.38 정도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따라서 국내 FA 규정을 고려하면 최정을 영입하는 것은 테임즈를 4년 더 쓸 수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테임즈가 연봉 100만달러로 잡을 수 없는 선수임을 고려하면 연봉 10억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최정은 수비 능력이 더 필요한 3루수다.

여기에 국내 보류권 특성상 ‘계약금’이 더해진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40인 외 선수의 금액을 3억원으로 정했다. 신생 구단이 보호선수 20인 외 선수를 데려가는 몸값을 10억원으로 규정했다. 리그 톱 수준의 선수를 보유하는 금액이라면 10억원을 넘는 게 당연하다. 2010년 LG는 이택근을 넥센으로부터 데려오면서 25억원을 지급하는데 합의했고, 삼성은 장원삼을 데려오면서 30억원을 내줬다. 이택근이 FA까지 남은 기간이 2시즌, 장원삼이 4시즌이었음을 고려하면 리그 정상급 FA의 ‘계약금’은 30억원 안팎이 될 수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 지급하는 금액, 과거 구단들이 정상급 선수를 영입하는데 기꺼이 쓴 돈을 단순히 계산해도 리그 정상급 선수의 FA 금액은 ‘기본’만으로 계약금 30억원에 연봉 10억원 이상이다. 총액 70억원이 출발점이 된다. 적어도 ‘FA 거품론’에 구단들이 거품을 물수는 없다는 뜻이다. 모두 구단들 스스로 만들어 낸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