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구단의 새로운 출발은 과거의 인연들을 다시 묶어주기도 했다.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 D-100 기념 신규 영입선수 입단 기자회견’에는 KT 조범현 감독이 과거 KIA에서 인연을 쌓은 장성호(37)와 김상현(34)이 함께 했다. 조 감독은 시즌을 마치고 롯데에서 방출된 장성호를 불러들였고, 특별지명을 통해 SK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김상현을 영입했다. 조 감독의 생애 첫 우승, 2009년 KIA에서 우승을 함께 한 선수들이다.

장성호와는 애증의 시간을 지나 이제 다시 손을 잡았다. 프로야구 사상 두번째 2000안타의 주인공이지만 KIA에서 한화로, 롯데로 이적한 뒤 자리를 잡지 못하던 장성호는 조 감독으로부터 부름을 받고 5년 만에 다시 함께 한다.

이날 야구장에 도착한 장성호는 가장 먼저 감독실을 찾아 조 감독에게 인사를 했다. 조 감독은 “건강해보인다”며 짧지만 격려를 담은 인사로 장성호를 맞아들였다.

조 감독은 “장성호는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퓨처스리그 하면서 몇 차례 만났는데 몸 상태는 물론 생각하는 마음 자체가 정말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다. 기회가 되면 꼭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과거 팀에서 함께 했던 생각도 나 영입했다”고 말했다.

김상현은 조 감독에게 우승을 선물한 선수다. 신예 시절 친정 팀 KIA에서 트레이드돼 LG에서 뛰고 있던 김상현은 2009년 시즌 초반 조 감독이 실시한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KIA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그해, 타율 3할1푼5리 36홈런 127타점을 기록해 KIA를 우승으로 이끌고 정규시즌 MVP로 선정되며 야구인생 최고의 시즌을 장식했다. 사령탑으로서 첫 우승을 경험한 조 감독에게 잊을 수 없는 선수다.

김상현은 조 감독이 KIA를 떠난 뒤 부진을 겪다 2013년 5월 SK로 트레이드됐다. 이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있던 김상현을 조 감독이 특별지명을 통해 다시 맞아들였다.

장성호도, 김상현도 고참이 되어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향해가는 시점에 옛 사령탑 조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다. 이제 의기투합해 그 기대에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

장성호는 “불러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나도 후배들과 경쟁해야 되는 입장이다. 오랜만에 수원구장에 와서 보니 야구장이 더 넓어졌고 펜스가 더 높아진 것 같다. 가뜩이나 홈런도 못 치는데 짧게짧게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시작에 있는 우리 팀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신생 팀이다. 그냥 들이받겠다. 상대 팀들과 한 번 신나게 붙어보겠다”고 신예같은 패기를 약속했다.

조 감독의 ‘홈런왕’ 김상현은 다시 한 번 2009년의 화끈한 타격을 약속했다.

김상현은 “수원구장에서 경기했던 기억이 난다. 야구장만 보면 넘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며 “몸을 잘 만들어서 내년에는 어느 선수 못지 않게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도록 정확성을 노리겠다.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고 새출발 각오를 다졌다.

신생 팀의 특성상 베테랑이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함께 한 경험 있는 든든한 두 중심타자를 맞은 조 감독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조 감독은 “장성호도, 김상현도, 젊은 선수들이 많으니 고참으로서 팀을 좋은 분위기로 잘 이끌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