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설을 코앞에 두고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축산을 비롯한 닭·오리 육류 가공 유통업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이 AI와 마찬가지로 일반 농가에서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점을 들어 축산물 유통업체의 책임관리제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구제역이든 AI든 간에 문제의 육류를 농가에서 납품받은 해당 유통업체들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이른바 ‘블랙 리스트’에 자사명이 오르는 것.

이는 구제역과 AI가 발생해도 농가와 발생 지역만 밝힐 뿐 육류를 받은 업체명이 공개 대상에 포함되고 있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앞서 하림그룹 계열사인 ‘선진’과 사조그룹의 계열사 ‘사조화인코리아’는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에서 고기를 받았고, 전국적으로 오리고기를 가공해 내다 팔고 있는 ‘코리아더커드’와 ‘사조해표’도 AI가 발생한 지역 내 고기를 납품받아 해당 내용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중 사조그룹은 치킨프랜차이즈인 ‘굿앤닭’과 지난해 12월 제휴해 치킨을 파는 골목 상권에서 사업을 시작한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달 19일부터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를 통해 AI와 구제역 발생 농가의 이름과 지역을 공개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농가가 어떤 계열회사업자 소속(어느 기업에 납품 중인 농가)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어 법 개정을 통해 이들 사업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닭·오리·돼지 등의 사육을 농가에 위탁해 온 사업자들의 유통량도 방역 범주 안에 포함시킨다는 뜻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설연휴를 앞두고 긴급 수입한 신형 백신 완제품을 돼지 사육 농가부터 공급하는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설을 맞아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면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가 더욱 광범위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